[월요신문=김덕호 기자] 기자가 처음 언론사에 입사했던 2010년,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이 한국산 강관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것 이라는 우려를 보였다. 2011년에도, 2012년에도 비슷한 우려는 항상 나왔지만 이미 내려진 반덤핑 관세에 항소하는 것 말고는 근본적인 대응 없이 정부의 역할만을 강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뉴스검색에 '강관 반덤핑'을 검색하면 1991년 '미국, 한국산 철강제품 덤핑제소할듯'이라는 기사가 나온다. 이 기사가 최초라면 '미국향 철강제품 반덤핑 관세 소극대응'의 역사는 최소 27년이 된다.
2010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국사 강관에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다는 우려는 항상 나왔고, 기사거리가 없으면 종종 단신 기사를 올려 기사 수를 채운 기억이 있다.
27년 전부터 현재까지 미국 수출은 여전히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타 국가로의 수출은 건설·플랜트 업체의 수주물량에 따라 동반되는 수요 정도만 있을 뿐이다.
수출품목이나 수출하는 제품의 기술 수준에도 큰 변화가 없다. 1991년이나 지금이나 미국에 수출하겠다고 기회를 보는 품목들엔 큰 차이가 없다. 유정관, 송유관 외에는 새로 개발했거나 특화된 제품을 많이 들어보지 못했다.
베트남, 필리핀, 태국, 멕시코, 중국 등 우리보다 기술수준이 낮다고 평가되는 개발도상국들과 경합중인 품목도 많다.
인접한 일본과 비교해 보면 구조 자체가 달라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목메는 유정관이나 송유관이 아니고서도 기계구조나 항공·플랜트에 사용되는 제품이 많다. 용접이 없는 강관 등 품목 또한 다양하고 품질도 좋아 대체가 어렵다. 해당 분야에서 확고히 시장을 확보했다.
일본 역시 미국으로부터 고율의 철강 관세를 부과받았다. 다만 우리만큼의 타격은 아닐터다. 미국에서 생산하지 못하거나 생산량이 부족한 제품은 비싸더라도 써야만 하기 때문이다.
일본업체들의 대응 역시 한국만큼 절실하지는 않다. 관세부과나 쿼터제 만으로 무역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없을 것 이라는 가능성을 일본 업체들이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우리 업체들은 '최고의 품질', '합리적 가격', '최적의 납기'를 강조한다. 그리고 훌륭한 제품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다만 이것에 더해 '믿고 쓰는 한국산'은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