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안유리나 기자]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과거 북한 진출을 추진했던 롯데그룹이 다시 한번 대북사업에 도전한다. 남북관계 개선에 이어 대북 경제협력에 활기가 돌면서 시장진출과 사업다각화를 노리는 분위기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남북관계 개선 및 경제협력 재개에 대비한 '북방TF'를 구성한다. 롯데는 이 TF를 통해 북한은 물론 러시아까지 사업권에 두고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는 이미 개성공단에 먹거리 위주의 상품을 공급한 적이 있다. 롯데는 북방TF를 통해 현재 폐쇄된 개성공단이 재가동될 경우 다시 식음료 제품을 유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롯데는 이미 지난 1995년 그룹 내에 북방사업 추진본부를 설립하고 북한 현지에 초코파이와 생수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의 조선봉화총회사와 합작방식으로 평양시 낙랑구역에 2300만달러를 투입해 공장을 조성하기로 구체적인 사업안까지 나왔다. 

이 과정에서 롯데제과는 1998년 정부로부터 남북협력사업자로 승인을 받았다. 이후 남북관계 경색 등 정치적 요인으로 실제 공장 설립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사업은 중단됐다.

TF 구성은 단순 대북경협이 아니라 '북방'으로 러시아 시장까지도 내다보고 있다. 결국 북한과 경제협력이 활성화 되고, 철도 등 부문까지 나아간다면 이를 통해 북방으로 사업을 넓힐 수 있다는 게 롯데의 구상이다. 이에 따라 북방TF는 남북관계가 크게 개선될 경우 할 수 있는 사업이 무엇인지 적극 검토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

롯데지주 관계자는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과거 대북사업에 관심이 많았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사업 추진이 중단됐는데 과거 사업 추진 경험을 발판으로 적극적으로 준비해 먹거리 분야부터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 뿐만 아니라 현대백화점도 남북관계 개선을 주시하고 있다. 당장 현대백화점이 벌이는 대북 관련 사업은 없지만 현대건설과 현대아산이 대북경협의 선두주자로 꼽히다보니,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돈다. 현대백화점은 금강산 관광 사업 관련 식품부문에서 사업을 벌인 적이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02년부터 2015년까지 열렸던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케이터링 서비스를 지원했다. 

북측 금강산관광지구에 위치한 온정각휴게소에서 4차부터 17차까지 열릴 당시 계열사 현대그린푸드에서 전문 셰프와 서비스 담당자 등 총 140여 명이 월경해 전체 식사를 제공하고 다시 남측으로 복귀했다. 

식음료 기업과 화장품 기업 등도 본격적인 남북경협에 대비하고 있다. 농심,샘표, 오리온 등이 거론된다. 

농심 역시 남북 관계가 우호적으로 개선되면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기업 중 한 곳으로 꼽힌다. 

농심은 지난 2015년 10월 중국 연변 이도백하, 백두산 기슭에서 생수 '백산수' 신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현재 백산수는 중국 현지 생산공장에서 대련항을 거쳐 평택항과 부산항까지 각각 해상루트를 통해 국내에 들어오고 있다.

초코파이가 과거 북한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 간식으로 제공되면서 북한에서 인기를 끌었고 남북 교류의 상징처럼 된 제품인 만큼 오리온도 향후 남북관계 개선 국면에서 주목받고 있는 식품기업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면서 "초코파이가 남북 화해모드의 대명사가 된 만큼 앞으로 남북관계가 더욱 진전되면 회사로서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의 긍정적 영향으로 인해 유통가들도 속속 북쪽 진출을 꿈꾸고 있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나아가 사드로 인한 피해가 해빙 무드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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