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만3천TEU급 12척 투입
유럽노선, 수요·공급 균형 무너져 '수익 확보' 비상

[월요신문=김덕호 기자] 현대상선이 유럽노선(AXE노선)에 투입할 신규 선박의 발주를 결정했다. 2020년 이후 해당 노선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새 선박이 투입되기까지의 수익성, 6배 이상 늘어날 선복량 확보는 부담이다.

5일 현대상선에 따르면 2020년부터 유럽노선에 투입할 선박(2만3000TEU급 12척) 발주가 이뤄졌다. 선적용량은 27만6000TEU다. 이는 34만TEU 수준인 선적용량을 100만TEU 수준으로 늘리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국적선사의 경쟁력을 키운다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문제는 커진 선대 규모에 맞는 화주 확보다.

현재 현대상선이 유럽노선에 투입하는 선박의 총 선적용량은 4만6000TEU(4600TEU x 10척) 수준이다. 그러나 2020년에 새 선박이 투입되면 선적용량은 27만6000TEU 규모가 된다. 채워야 하는 화물량이 대폭 증가하는 셈이다.

유럽노선의 경우 중국의 성장, 개발도상국의 물동량 증가 등 물동량이 증가추세에 있지만 선복 공급량이 이를 추월하고 있어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황이다. 선복 공급량이 물동량을 추월하면서 운임 하락세가 지속됨에 따라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화물을 선적하는 등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시장에서 현대상선의 유럽노선이 수익을 내지 못할 것 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해운의 경우 선박의 규모가 크고 선적량이 많을수록 컨테이너당 운임 비용이 낮아진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선대를 운영하는 현대상선의 경우 비용적 이점을 얻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실제로 시장점유율이 높은 2M(Maersk + MSC)의 경우 1만5300TEU급 이상의 대형선박을 투입,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 지난해 기준 2M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33.6%. 시장 점유율이 높은데다 대형 선박을 운용하면서 얻는 가격 경쟁력이 커 신규 업체들이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의 경우 규모의 경제가 가장 잘 작동하는 대표적인 산업"이라며 "대형업체들이 저가공세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작은 선박으로 유럽항로를 유지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현대상선은 아시아~북유럽을 잇는 독자노선을 신설해 시장 상황에 적응한 후에 향후 초대형선박이 투입되면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새 선박이 투입되는 2020년에는 친환경성, 경제성 모두에서 타 선사 대비 우월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선박이 커질수록 규모의 경제 운용이 가능해져 화물운송 단가가 낮아지는 것은 맞지만 선박의 항비, 연비비 등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 가격이 책정된다"며 "업계에서 우려하는 적자운영에는 맞다 아니다를 논할 수 없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