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피티 아티스트 정태용씨가 자신의 SNS에 베를린장벽 그라피티에 대해 설명한 게시물.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월요신문=장혜원 기자] 독일 베를린시가 서울시에 기증한 베를린 장벽을 훼손한 그라피티 아티스트가 경찰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1일 서울 중구 청계2가 베를린 광장에 전시된 베를린 장벽의 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 중구청 관계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사실관계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월 히드아이즈라는 문화예술브랜드를 론칭한 그라피티 아티스트 정태용(28)씨는 지난 8일 밤 자신의 SNS를 통헤 베를린 장벽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림을 그리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그라피티 아티스트 정태용씨가 훼손한 베를린 장벽.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정씨는 “전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분단 국가인 대한민국. 현재와 앞으로 미래를 위해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히드아이즈의 Patience 패턴과 태극기 네 모서리의 4괘를 담아 표현했다”며 “태극기 4괘와 히드아이즈 패턴이 조화롭게 이뤄져 우주와 더불어 끝없이 창조와 번영을 희구하는 한민족의 이상인 의미를 담아 그 뜻을 내포했다”고 설명했다.

정씨의 그라피티로 훼손된 베를린 장벽은 지난 2005년 독일 베를린시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의 통일을 염원하는 의미로 청계천 복원 완공 시점에 맞춰 서울시에 무상 기증한 것이다.

서울시가 100㎡ 크기의 부지를 마련하고 6000만원에 이르는 조성 비용은 베를린시에서 모두 부담했다.

1989년 독일 통일 당시 허물어진 것으로 그 중 일부인 높이 3.5m, 폭 1.2m, 두께 0.4m의 콘크리트 덩어리 세 개를 원형 그대로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에서 서울로 옮겨왔다.

하지만 정씨의 그라피티로 인해, 독일 분단 당시의 낙서와 장벽 표면이 원형대로 보존되고 있던 청계천 베를린 장벽 양쪽은 형체를 알아보지 못하게 됐다.

베를린 장벽 앞쪽에는 검은색 스프레이로 ‘날 비추는 새로운 빛을 보았습니다’ 등의 여러 글을 써 놨고, 뒤쪽에는 분홍색 노란색 파란색 스프레이로 칠을 하고 회색 스프레이로 문양을 그려놨다.

정씨의 이 같은 행동을 두고 온라인상에서는 예술로 볼 수 없는 문화재 훼손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씨의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까지 올라오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정씨가 한밤중에 베를린 장벽에 그림을 그리고 SNS에 올린 듯하다”며 “수사 의뢰는 했지만 이미 훼손돼 부분은 회복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공용물건손상죄로 내사에 착수한 상태”라며 “그라피티 아티스트 정씨를 최대한 빨리 소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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