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지현호 기자] 건설업계가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을 두고 골치를 앓고 있다. 오는 7월부터 근로자 300인 이상 전 사업장에 적용되는 근로시간 단축안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일단 정부는 건설업종에 대해 2주 또는 3개월 단위 탄력근로제를 권고했지만, 현장마다 상황이 다른 건설업 특성상 보다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시 노무비 상승으로 인한 건축비 증가에 대한 보완책이 시급하다.

11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37개 현장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될 경우 현장당 총공사비는 평균 4.3%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직접노무비는 평균 8.9%, 간접노무비는 12.3% 증가가 예상된다.

이 경우 기업은 총공사비 증가율 최소화를 위해 근로자 1인당 임금을 삭감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대비 임금 감소 비율은 관리직 13.0%, 기능인력 8.8%로 추정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 관리직은 대부분 정규직으로 인건비 감축이 사실상 어렵지만, 계약직이 많은 현장직의 경우 인건비 감축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건산연이 100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건설사들은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인건비 상승을 반영한 적정공사비 책정’을 발주기관이 취해야 할 최우선 조치로 꼽았다.

일본의 경우 시간 외 노동에 대한 상한을 설정했지만, 단기간 적용이 아닌 5년간 유예기간을 주는 식으로 발주처와 시공사 모두 시간 외 노동 규제에 대응할 수 있게 했다.

또 주52시간 근무제로 건축비가 상승하면 최종적으로 분양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분양가상한제만 해도 분양가격 산정에 기본형건축비를 활용하고 있는데, 이는 건설비 변동분을 반영한다. 정부는 재료비, 노무비 등 공사비 증감요인을 반영해 기본형건축비를 6개월마다 정기 조정하고 있다. 즉 노무비는 분양가 상승 요인이 되는 셈이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업종별 특성에 맞는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공사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 적용을 제외하고 향후 발주되는 신규 공사는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을 고려해 적정공사비 및 공기 산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축사업이 토목보다 인력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주52시간 도입으로 노무비가 증가하면 부담액이 분양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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