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안유리나 기자] CJ대한통운이 미국 물류기업 DSC로지스틱스 인수를 통해 선진국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인 가운데 풍요 속 고민에 빠졌다. 바로 국내 택배노조연대와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이목이 쏠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CJ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CJ대한통운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10건의 M&A를 성사시키면서 '2020년 글로벌 톱 5 물류기업 진입 및 매출 25조 달성’에도 한걸음 가까워졌지만 택배연대노조와의 갈등은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현재 택배연대노조는 대부분 CJ대한통운 출신 택배 노동자들로 이뤄져 있다. 

◆북방 프로젝트 긍정적 평가, 1분기 사상 최대 기록 

최근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중국횡단철도(TCR)와 화물 트럭을 운영하는 국제복합운송 서비스를 시작한 CJ대한통운은 6월 북미 회담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CJ대한통운의 북방 프로젝트엔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여기에는 박근태 CJ대한통운 대표의 의욕적인 추진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박 대표는 CJ그룹에서 중국통으로 꼽히는 인물로 CJ 중국 법인 대표를 역임하며 주요 사업을 이끌었다. 박 대표는 중국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북방 물류 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마침 남북 관계가 화해 분위기로 접어들자 박 대표의 행보에도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CJ대한통운은 국내 물류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북방 물류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그러면서 실적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4분기 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사상 처음으로 2조원대 매출액을 달성한 것이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25.5% 늘어난 수준이고 분기 기준 역대 최대규모다. 분기 매출 매출액이 2조원을 넘은 것도 지난 1.4분기가 처음이다.

◆CJ그룹 글로벌 도약 1등공신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들과 잡음 어떻게 해결하나 

그러나 이처럼 해외로 뻗어 나가며 최대 분기 수익률을 올리는 모습과 달리 국내에서는 내부 노동자들과 잡음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정부의 최저임금인상과 주 52시간 근무 정책이 도입되면서 택배 노동자들이 "공짜 노동 분류작업 개선"을 걸고 넘어졌다. 

택배연대노조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하루 13시간 이상을 일하고 그 중 7시간 공짜 노동 분류작업에 강제 동원되는 현실"이라며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주당 노동시간 52시간 단축을 앞두고 사회적인 관심이 높지만 택배노동자들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 일 뿐" 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택배연대노조 김진일 정책국장은 "택배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이 서글프다"면서 "공짜노동 분류작업 개선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택배연대노조는 지난달 26일 공짜노동 분류작업 개선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CJ대한통운이 성실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경주와 광주에서 진행되는 분류작업 거부를 다른 지역으로 확산해 나가고 있다.

또한 국민청원을 통해 "공짜노동 분류작업 실태"를 알리며 "원청 CJ대한통운 교섭 촉구"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7시간 공짜노동 분류작업 개선'이라는 글로 올라온 국민청원은 12일 기준 23,749명이 동참에 서명했다. 

◆CJ대한통운 "개인사업자로 분류된 노동자 요구 조건 응하기 어려워"

택배연대노조의 주장에 대해 이미 개인사업자로 분류된 택배 노동자들의 요구 조건에 일일이 대응 할 수 없다는게 CJ대한통운 측 입장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분류는 원래 처음부터 배달에 포함돼 있던 업무인데 이제와서 뒤늦게 이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2011년에 택배 분류작업은 수수료에 포함한다는 관련 소송건에 대해 대법원 판결도 이미 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에서 추진 중인 52시간 내 근로단축 역시 개인사업자로 분류 돼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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