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모리스 “식약처 발표, 일반담배 소비 지속하도록 유도하는 꼴”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 사진=유수정 기자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그간 일반 연초담배 대비 유해물질이 감소됐다고 적극 홍보해오던 궐련형 전자담배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연구 결과 발표로 또 다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특히나 이번 발표로 인해 국내에 궐련형 전자담배를 출시한 3사 중 가장 ‘유해한 담배’로 낙인 된 아이코스(IQOS)가 적극적으로 정부 연구 결과에 전면 반박을 예고하고 나서 업계의 이목이 주목된 상황이다.

아이코스를 생산 및 유통 중인 한국필립모리스㈜는 오는 18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포시즌스 호텔에서 ‘아이코스 최신 임상연구 결과 발표회’를 갖고 약 1000명의 성인 흡연자를 대상으로 한 6개월간의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지난달 23일 개최한 출시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미 한차례 아이코스의 유해성 논란에 대해 언급한 바 있던 이들이 이번 식약처의 발표로 1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또 다시 공식적으로 입을 여는 셈이다.

이날 필립모리스는 6개월간 유해성 논란에 대해 자체 임상연구를 펼친 결과와 함께 간접 노출과 치아 변색 등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내놓을 전망이다. 특히나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 최고 연구 책임자인 마누엘 피취 박사가 직접 내한해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전면 반박하고 나설 방침이다.

이는 식약처가 지난 7일 국내에서 판매 중인 궐련형 전자담배의 배출물에 포함된 11가지 유해성분을 분석한 결과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포름알데히드, 벤젠 등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발표함에 따른 것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에는 국제암연구소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벤조피렌, 포름알데히드, 벤젠 등 5종의 물질이 포함됐다. 다만 함유량은 일반담배의 0.3~28.0% 수준으로 나타나 ‘기존 일반담배에 비해 덜 유해한 담배일 뿐 무해한 것은 아니다’고 홍보하던 이들에게 특별한 문제는 아니었다.

니코틴 함유량 역시 평균적으로 0.01~0.70㎎ 수준인 일반담배와 비교했을 때 비슷한 수준(아이코스 0.5㎎, 릴 0.3㎎, 글로 0.1㎎)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해당 연구 결과에서 이슈로 자리한 것은 아이코스가 3사의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 중 가장 높은 타르 함유량을 보유했다는 점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일반담배의 타르함유량은 0.1~8.0mg인 반면, 아이코스의 전용 스틱인 ‘히츠 앰버’ 제품에서 검출된 타르의 평균함유량은 9.3mg(국제 공인 분석법인 ISO법 실험 기준)로 나타난 것. 이는 일반담배에 비해 최대 93배나 많이 검출된 셈이다.

HC법을 적용해 실험한 결과에서는 글로(20.2mg)에 비해 낮은 함유량(18.8mg)을 보이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일반 담배와 비교했을 때는 확연히 높은 수치였다.

식약처가 궐련형 전자담배와 일반담배의 니코틴 및 타르 함유량을 비교했다. 실험에 사용된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우 앰버(아이코스) 브라이트 토바코(글로), 체인지(릴)다. /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그간 “타르는 불을 붙인 담배연기에서 니코틴과 수분을 제한 것이기에 연기가 아닌 증기를 배출하는 아이코스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던 필립모리스의 행보에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부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특히나 일반적으로 업계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기기 교체시기를 1년으로 잡고 있기에 출시 1주년을 맞은 아이코스에 더욱이 불리하게 적용되는 상황.

필립모리스에 있어 이번 여름은 흡연자의 기기 교체로 향후 1년간의 매출 및 점유율 증대가 결정되는 만큼 신제품을 출시하고 더욱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야 하는 시기다. 기존 일반담배 흡연자 및 타사 제품 사용자를 끌어당기는 노력에서 넘어서 현재 아이코스를 사용하고 있는 흡연자의 이탈을 막아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이러한 실험 결과는 아이코스 사용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밖에 없기에 상대적으로 유해물질 함유량이 낮은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으로 변경 혹은 다시 일반 담배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예측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필립모리스 측은 즉각적으로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전자담배 증기와 일반담배 연기는 구성 성분이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타르 배출 총량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세계보건기구(WHO)의 2015년 담배제품규제에 대한 보고서를 인용하며 “타르는 담배규제의 확실한 근거가 아니기 때문에 측정할 필요가 없으며, 타르 수치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는 마치 디젤자동차의 배기가스와 수소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에 들어있는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오염물질의 양을 비교하지 않고, 단순히 배기가스의 총량을 비교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예시를 들며 “타르의 배출총량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배출물의 구성성분과 각 유해물질의 배출량을 비교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유해성분의 함유량만으로 유해성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식약처의 결론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감소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과학적 연구 결과를 간과하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이러한 견해는 결국 궐련형 전자담배보다 유해물질이 훨씬 많이 발생하는 일반담배의 소비를 지속하도록 유도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글로(glo)를 생산 및 유통하는 BAT 코리아 역시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의 위축을 의식한 듯 식약처의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분석 결과를 발표한 정부의 태도에 의아함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은 “식약처의 분석결과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일반담배 대비 유해성분 배출량이 상당히 감소됐음에도 식약처가 궐련형 전자담배가 잠재적 유해성을 감소시킨다는 결과를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장기 연구 결과가 더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모든 과학적 연구결과가 궐련형 전자담배의 잠재적으로 유해성이 적다는 방향성으로 의견을 내리고 있는 가운데 식약처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은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릴(lil)을 판매 중인 KT&G의 경우 국내 기업인만큼 외국계인 두 기업에 비해 조금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면서도 이에 불거진 유해성 논란과 관련해서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의 대체제품인 만큼 인체에 무해하다는 뜻은 아니다”는 반응을 내놨다.

KT&G 측은 “정부의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조사에 대한 취지를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하면서도 “궐련형 전자담배 또한 일반적인 담배의 범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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