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14일 6·13 지방선거 평가토론회를 열었다. 사진=경실련.

[월요신문=장혜원 기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는 14일 이번 지방선거가 공약이나 인물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아쉽다고 평가했다.

경실련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6·13 지방선거 평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지방선거가 여당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이런 결과는 시대적 흐름이나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라면서도 “과연 지역 주민들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됐는지에 대해서는 우려 섞인 평가가 나온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번 선거가 공약·인물(후보) 검증 부실로 지방선거답지 못했다는 비판적 평가가 많았다.

김대건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후보들이 지역에 천착한 현안들을 내놓지 못했다”며 “17개 광역시·도 공약들이 대부분 개발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한데다 세부계획, 재원조달방법, 예산배분 계획 등에 있어 구체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김연숙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교수는 “후보자 선출 과정이 매우 폐쇄적이었다는 점에 있어서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이나 거의 유사했다”라며 “두 정당 모두 후보 공천 과정에서 단수 공천, 전략 공천, 우선 공천(자유한국당에 해당) 등의 명목으로 최고위원회에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재량권을 주고, 심의와 의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어 “자유한국당은 대구와 경북을 제외하고 후보를 모두 비공개회의에서 이른바 단수 전략 공천으로 결정해버렸고, 광주, 전남에서는 아예 후보를 내지 않는 이른바 ‘전략 무공천’을 택했다”며 “더불어민주당도 7개 대도시권에서는 2-3인 경선의 원칙을 적용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공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 역시 “이번 지방선거는 공약 검증, 후보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김 사무처장은 “인천 지역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에서 출마한 후보들의 공약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 혹은 적폐청산 과제들과 관련된 것이었지 지역 내 현안들과 관련된 것은 아니었다”면서 “공천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천 지역의 경우 각 정당은 경선에 적합도 조사를 도입 한다든지, 공천심사위원회에 역할을 한 사람이 셀프 공천을 한다든지, 웃지 못 할 상황이 연출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선거에서 인천이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것과 관련해선 “지역에 산적된 현안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해결하겠다고 나선 후보자들이 없어 유권자들이 투표에 임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희준 경실련 공약검증 단장(청주대 행정학과 교수)은 “각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국가적 아젠다에 편승해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고자 생활밀착형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다”라며 “이번 선거 후보자들이 당선된다 하더라도 중앙정부의 협조가 필요한 공약만 제시해 지방 이슈들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손 단장은 특히 ‘깜깜이’ 선거를 피하기 위해 단체장과 의회를 분리해 선거를 치르자고 제시했다.

그는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교육감을 한 번에 선출하다 보니 유권자들이 누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투표를 하고 있다”라며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단체장과 의회를 분리해 치르는 선거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처럼 토론자 대다수가 6‧13 지방선거에 대한 날선 비판을 쏟아낸 반면 일부는 지방선거가 빨리 치러진 현실적인 여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연숙 교수는 “이번 선거가 공학적으로 대선이 치러진 지 1년이 조금 지난 허니문 기간에 치러졌다”라며 “유권자들이 지난 대선의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남북관계, 개발 이슈 등에 의해 압도당할 수밖에 없었고 상대적으로 지역 이슈들에 대해 천착할 시간적 여유도 가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소순창 경실련 유권자운동본부 본부장(건국대 행정학과 교수)은 “앞으로 지방선거에서는 공약 검증, 후보 검증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며 “또 여당이 압승을 거둔 상태에서 집권당이 지방분권을 추진하도록 압박하는 시민사회 단체의 책임이 더 무거워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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