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53) 전 충남지사/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비서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53)가 15일 오후 법정에 선다. 그의 수행비서이자 정무비서였던 김지은씨(33)가 언론에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혐의를 폭로한 이후 102일 만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이날 오후 2시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공판준비기일을 연다고 밝혔다. 

공판준비기일은 향후 재판이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검찰과 변호인이 사건의 쟁점 사항을 정리하고 증거채택 여부 등을 다루는 재판을 의미한다. 지난 4월 11일 불구속 기소된 후 두 달여 만에 법정 다툼이 시작된 것이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해외 출장을 수행한 김씨를 러시아·스위스·서울 등에서 네 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 4월 11일 불구속기소 됐다. 또 지난해 7월부터 한 달간 다섯 차례에 걸쳐 기습적으로 강제추행하고, 지난해 11월에는 관용차 안에서 도지사의 지위를 내세워 강압적으로 김씨를 추행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에 안 전 지사에게는 형법상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특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업무상 추행), 강제추행 등 세 가지 혐의가 적용됐다.

이번 재판에서 쟁점이 어떻게 결론 나고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안 전 지사 측이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따라 재판 기간과 방향이 달라진다. 앞서 검찰의 수사 과정에 밝혔다시피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여부다.

지난 4월 검찰의 기소 소식을 접한 안 전 지사 측은 '재판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며, 수사단계부터 '합의 성관계'를 재판부에 피력해왔다. 따라서 이번 재판에서도 '강압'과 관련된 검찰 측 의견은 모두 부동의하고 김씨와 '수평적 연인관계'였음을 주장하는 전략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판이 정식 재판이 아닌 임의절차지만 성폭행 혐의가 소명됐다는 검찰과 '강압은 없었다'는 안 전 지사 사이의 '진실공방' 팽팽히 갈리는 만큼 안 전 지사 측의 '재판전략'을 가늠할 수 있어 이목이 쏠린다.

다만 일부 법조계에서는 안 전 지사가 김씨와 관계 후 '괘념치 말아라' '잊어라' 등의 문자를 보내거나, '대화 내용을 '지우라'고 지시한 점에 미뤄 안 전 지사 측 전략이 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아울러 검찰은 안 전 지사의 싱크탱크인 연구소 여직원 성폭행 혐의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지만, 김지은 씨에 대한 성폭행·강제추행 혐의는 명백하다고 보고 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의 일관되고 상세한 진술과 주변 참고인들 진술, 피해자가 당시 병원 진료를 받은 내역 등을 종합해 보면 안 전 지사의 범죄 사실이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에 안 전 지사가 출석할지는 미지수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필히 참석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법원 관계자는 “변호인과 검찰의 준비 상황에 따라 공판준비기일이 한 차례 더 있을 수도 있다. 이 절차가 끝난 후 한 달 정도가 지나야 본 재판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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