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 "본인 동의 얻어 문제없다"
항공 관계자 "비행 가능 여부 질문 자체가 잘못"

사진=에어부산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이 셔틀 버스 사고에도 불구하고, 버스에 타 있던 승무원들을 비행에 투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는 셔틀 버스 사고를 겪은 승무원들이 그대로 비행에 투입돼 고통 속에서 업무를 수행했다는 내용의 고발 글이 올라와 질타가 잇따른다.

에어부산 직원으로 추정되는 작성자는 “얼마 전 저희 회사에서 셔틀 버스 뒤가 다 찌그러지는 사고가 났는데, 스탠바이(대기) 승무원이 없어 회사에서 비행 보낸 일이 있다”고 밝혔다.

작성자는 “당연히 병원을 가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승무원들은) 억지로 통증을 참으며 비행을 갔다”면서 “비행 내내 목과 허리에 통증을 호소했다”고 지적했다.

이 작성자는 끝으로 “어디가 부러지거나 피가 나거나 혹은 쓰러지거나 하지 않으면 (비행을) 보내는 건지, 사람이 쓰러질 정도는 아니지만 아직도 사람이 부족해서 이런 일이 생긴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에어부산에 따르면 해당 사고는 지난 7일 오후 12시8분경 부산 본사 인근 도로에서 발생했다. 2차선 도로에서 대기 중이던 버스를 트럭이 들이받아 사고가 난 것으로 전해진다. 버스에는 기사 외 승무원 5명이 타 있었고, 이들 중 4명은 김포행 8812편(13:00) 비행을 위해 이동 중이었다.

에어부산 측은 사고를 겪은 승무원들을 비행에 투입 시켰다. 이 승무원들은 8812편 포함, 당일 부산과 김포를 오가는 3편의 스케쥴을 소화해야 했으나 2편의 비행만 마친 채 부산에서 진료를 받았다고 에어부산 측은 전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외상이 있던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면서 “부산에서 김포, 김포에서 부산으로 오는 편까지 비행을 마치고 승무원들을 퇴근 조치했다. 승무원들은 바로 병원을 가 진단 및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에어부산 측은 이 과정에서 승무원들의 ‘동의’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당시 매니저가 4명의 승무원에게 비행이 가능한지 물었는데, 가능하다고들 했다”고 설명했다. 승무원 본인 의사에 따라 비행을 실시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또한 “리스크가 크지만 만약 비행을 거부했다면 지연을 시켰을 것”이라면서 “(비행을) 강제한 부분은 전혀 없다. 진단을 통해 (신체에) 큰 이상이 발견된 승무원도 없는 것으로 전달 받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에어부산은 올해 초 잦은 ‘퀵턴(현지 도착 후 곧바로 돌아오는 비행스케쥴)’ 근무로 객실승무원 4명이 연달아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해 국토교통부로부터 근무실태에 관한 특별점검을 받았다. 국토부의 채용 권고에 따라 에어부산은 지난 5월 82명을 신규 채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가용 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현직 승무원들은 이번 에어부산의 사태를 두고 ‘인사고과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말한다. 비행을 거부했을 경우 회사 측이 보일 반응도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의견이다.

대형항공사에 재직 중인 한 승무원은 “본인 의지에 상관없이 사고가 났어도 비행을 빠지면 공상(산재) 처리가 되는 등 인사고과에 다 반영이 된다”면서 “진급에 부담을 느껴 비행을 거부하지 못하는 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승무원은 “회사에서 억지로 비행을 시키지는 않겠지만 비행을 못 한다 하면 회사에선 당연히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사고로 비행을 못 하겠다 하는 건 개인의 판단 문제지만 같이 비행하는 관리자에 따라서도 좌우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사고를 겪은 승무원들에게 비행이 가능한지 묻는 것부터 잘못됐다고 얘기하는 승무원도 있다. 

에어부산 사고에 대해 다른 한 현직 승무원은 “일반 사람들은 차 사고가 살짝만 나도 바로 병원을 가지 않나”라며 “회사에서 비행을 할 수 있는지, 괜찮냐고 묻는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 바로 스케쥴 조치를 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운항 안전을 책임지는 승무원들부터 처우 개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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