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수수료 인하로 인해 어쩔 수 없어” VS 밴사 “밴 시장 존폐 위기”
직승인 허용한 금융위 “카드결제 간소화 바람직”, 사실상 카드사편

<사진=삼성전자>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카드결제시 부가통신업자(VAN·밴)를 거치지 않고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간 카드결제가 이뤄지는 ‘직승인’이 확산되고 있다.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이익이 급감한 카드사들이 자구책으로 대형가맹점과 직승인을 확대하면서 카드사와 밴(VAN)사간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가 카드사의 결제 프로세스 간소화 방법의 하나인 직승인 결제를 사실상 허용함에 따라 카드사와 대형가맹점을 중심으로 직승인이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우리카드, 롯데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은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로 수익이 감소하자 지난해부터 이마트와 롯데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대형가맹점과 밴사를 거치지 않고 결제를 직승인하고 있다.

직승인이 허용되기 이전에는 소비자가 가맹점에서 신용카드로 결제를 할 경우 곧바로 신용카드가 승인되지 않고 밴사가 중간에서 승인과 매출전표 매입·자금 정산 중계 등 결제 대행 업무를 해왔다. 이 과정에서 밴사는 카드사로부터 일정 비율의 가맹점 수수료를 받았다.

직승인이 이뤄지면 ‘신용카드사-밴사-가맹점’의 삼중 구조였던 결제시스템이 ‘신용카드사-가맹점’ 구조로 간소화된다. 카드사는 이를 통해 중간 비용인 밴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그동안 밴사가 도맡았던 신용카드 전표매입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다”며 “가맹점과의 직승인이 확산되면 밴사에 지불하던 여러 수수료가 줄어들어 영업이익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카드업계의 직승인 확대 움직임에 밴사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영세 밴사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 되고 나아가 밴 시장 자체가 존폐기로에 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밴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수수료 체계가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뀌면서 이미 한 차례 큰 타격을 받았다”며 “카드사들 입장도 이해하지만 수수료 조정이 아닌 일방적인 직승인 방식은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카드사와 밴사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지만 금융위원회는 양측이 자율적으로 해결하라며 손을 놓고 있다.

금융위 서민금융과 관계자는 “카드사와 가맹점간의 카드결제 직승인 계약은 자율에 맡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카드사와 밴사의 입장차가 있지만 현재 카드결제 직승인 문제와 관련해 검토하고 있는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존 밴 중심의 카드결제 프로세스를 간소화하는 것은 동의하는 부분”이라며 “밴사가 담당했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인 정보보안 등의 부분에서 밴사를 거치는 것과 같은 수준의 정보보안이 유지된다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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