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김덕호 기자

[월요신문=김덕호 기자] "일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팀이 깨져서 나가게 됐네요. 퇴직금으론 만원 한 장 못 받았습니다."

올해 초 거제시 아주동에서 만났던 A씨는 15년 경력의 베테랑 용접사다. 삼성중공업에서 용접일을 배운 후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에서 일을 해 왔다. 지난해 일감이 끊긴 후 건설플랜트 공사 현장에서 '물량팀'으로 일하고 있다. 최근 1년은 평택 삼성반도체  현장에서 관련된 일을 해 왔지만 현재는 회사가 없어져 인천에서 일을 찾고 있다.

울산에서 만난 L씨는 상황이 그나마 낫다. 보수는 예전만 못하지만 조선업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정부가 조선업 불황으로 지역 경제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경남 거제, 통영·고성, 목포·영암·해남, 울산 동구, 창원 진해구 등 5곳을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했다. 관련 구제책을 내놓고 시행중이다. 

반면 현업에서는 변한게 없다는 반응이다. 노동자들은 정부의 지원책이 뭐가 도움이 됐냐며 정책의 실용성에 의문을 보였다.

사실 정부의 지원책이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 노동자는 많지 않았다. 지난 2016년 6월에도 비슷한 정책이 나왔지만 현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되지는 않았다.

지역사회 도시정비라는 명목으로 잡초를 제거하거나 시군구 등 행정기관 단위로 일용직 고용을 늘린게 고작이다.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지원책이나 도움 방안은 턱없이 부족했다. 조선소에서 쇳밥 먹던 사람들의 기술을 이용하거나 경력을 살릴 일자리는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도시를 떠났다.

효용 없는 정책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법인세와 소득세 5년 감면',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퇴직하는 인력 채용 기업에 최대 연 3000만원 인건비 지원'등의 구제책을 내놨지만 실용성이 없다.

일이 없고 기업이 없는데 소득세나 법인세를 낼 이유가 없을 뿐더러 조선소에 일이 없는데 이들을 받아줄 조선사 협력업체가 있을리 없다. '조선업 경제특구'로 불리는 지역이니 협력사도 조선업 관련 수요가 절대적으로 많을 것이라는건 정부도 모를리 없었을 것이다.

정부의 미흡한 대처로 이 지역 자영업자들의 생존도 위협받고 있다. 울산동구 지역의 경우 2015년 대비 식품위생업, 공중위생업 폐업률이 각각 29.6%, 40% 늘었다. 거제 지역은 관련 통계가 없지만 울산 못지 않게 심각하다.

다행히 우리 조선업체들의 수주가 늘고 있고, 업황도 회복되는 모양새다. 만나본 지역민들 대다수가 "올해만 넘기면 산다"고 희망을 말한다. 업계에서도 올해 이후엔 상황이 크게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희망만을 말하기에는 현재 노동자들의 삶이 너무나도 빡빡하다. 얼추 끝이 보이는 이 보릿고개를 무사히 넘길 방도가 필요하다. 이제라도 정부는 실직자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또는 한정된 지원금을 어떻게 더 실효성 있게 사용해야 하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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