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 인식 지운 가정간편식, 간편하지만 건강하고 맛 좋은 제품으로 발전

사진=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페이스북 갈무리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2018년 식품업계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목한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다.

HMR(Home Meal Replacement)이란 단순한 조리과정만 거치면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도록 식재료를 가공 및 조리, 포장해놓은 식품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즉석섭취, 즉석조리식품 및 신선편의식품류를 포괄하고 있는 HMR은 최근 1인가구 및 맞벌이가정 등의 증가세에 따라 식품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상품군 중 하나다.

최근 식품업계에서 잇따라 HMR 브랜드를 론칭하고 HMR 사업 강화를 선언하고 나선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다름 아닌 신세계(이마트)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수년째 직접 나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기에 뛰어난 맛과 품질을 자랑하는 ‘피코크’(PEACOCK)는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지 오래다.

실제 지난해 2400여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웬만한 식품회사의 HMR 브랜드 제품보다 높은 인지도를 차지하고 있는 ‘피코크’는 올해 목표로 예상한 2700억원의 매출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

특히나 정용진 부회장이 지난 3월 열린 ‘2018 신세계그룹&파트너사 채용박람회’에서 늦어도 오는 10월 안으로 ‘피코크 전문점’을 운영할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힘에 따라, 향후 이들이 HMR 시장에서 미칠 영향에 대해 더욱이 식품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다.

냉장식품을 시작으로 성장한 ‘피코크’는 ‘노브랜드’와 함께 실속 있는 이마트 자체브랜드 제품으로 손꼽힌다. 지역맛집과 협업한 상품이 잇따라 성공한 것은 물론, 해외 본토의 맛을 그대로 재현한 디저트 제품으로 이미 ‘이마트에서 꼭 구매해야 할 상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 여기에 최근에는 상온 제품까지 제품군을 확대함에 따라 총 1000여종에 달하는 상품을 보유한 명실상부한 HMR 브랜드가 됐다.

사진=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페이스북 갈무리

전통적인 식품회사가 아님에도 이 같은 성공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정용진 부회장의 남다른 HMR 사랑이 가장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실제 정 부회장은 최근 몇 년간 자신의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꾸준히 피코크 제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자랑한 바 있다.

그는 “일주일에 두 번 이마트 본사에서 열리는 T.K.(Taste Kitchen)에 참석해 피코크와 이마트에서 개발 중이거나 새롭게 출시한 10~12개의 식품을 맛보고, 개선을 논의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출시된 피코크 제품의 맛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보다 맛있게 먹는 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국제 PL(Private Label·유통사 자체상표) 박람회’에 직접 참석해 대한민국 대표로 출품한 ‘피코크’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소개하는 한편, 타국의 HMR 제품 트렌드를 눈여겨보고 돌아오기도 했다.

정용진의 HMR 사업 육성 및 강화 계획은 신세계푸드에도 영향을 미쳤다. ‘피코크’ 공급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이들 역시 HMR 브랜드인 ‘올반’의 론칭을 통해 HMR 시장을 공략하고 나선 것.

특히나 신세계푸드는 정 부회장이 오는 2023년까지 매출규모 5조원의 글로벌 종합식품회사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선포하고 나선만큼, 지난해 9월 오산공장 부근에 추가 부지를 매입하고 HMR을 비롯한 다양한 식품 제조사업 확대를 선언했다.

CJ올리브마켓 CJ제일제당 센터점 / 사진=유수정 기자

신세계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로 손꼽히는 CJ제일제당 역시 무서운 기세로 HMR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가정간편식이 식품업계의 트렌드로 자리하기 이전부터 ‘햇반’ 등을 통해 대한민국 HMR 시장의 발전을 이끌던 CJ제일제당은 최근 국내 최초의 HMR 플래그십 스토어인 ‘올리브마켓’을 오픈하고 또 한 번 HMR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아직까지는 서울 중구와 여의도에 위치한 해당 매장들이 자사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수준에 불가하지만, 소비자들이 편의점이나 마트가 아닌 곳에서 HMR 제품을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는 복합 식문화 공간을 처음으로 조성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해당 공간에는 전통적인 ‘햇반’ 제품 이외에도 ‘비비고’, ‘고메’ 등 CJ제일제당의 다양한 HMR 브랜드로 만든 식단을 보다 풍성하게 채워줄 다양한 식품들을 함께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아직까지는 인스턴트 제품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HMR 제품에 신선함과 전문성을 더했다는 점은, 향후 HMR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간편하면서도 더욱 건강한 제품으로 인식될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한 셈이다.

사진=하림그룹

타 식품업체와 비교해 비교적 후발주자로 HMR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그 성장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운 하림그룹 역시 HMR 시장에서 주목 받는 기업 중 하나다.

지난 2월 기공식과 동시에 ‘공유 주방’(Sharing Kitchen) 개념의 종합식품단지인 ‘하림푸드 콤플렉스’(Harim Food Complex) 조성에 본격 착수한 하림그룹은, 총 4000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투자해 12만709㎡(3만6500평) 부지에 식품 가공공장 3개와 물류센터 등 복합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2019년 말 완공과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하림푸드 콤플렉스’에서는 현대인의 식생활 패턴에 부응하는 가정 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과 천연 베이스 소스 및 천연조미료, 즉석밥 등이 생산 될 전망이다.

특히나 이들은 타사와는 다르게 식사의 전 단계를 커버할 수 있는 ‘공유 주방’(Sharing Kitchen)을 콘셉트로 제품 개발과 유통을 차별화해 나갈 계획이라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일반적으로 HMR 제품의 레시피 개발만을 담당하는 식품업체와 달리, 이들은 축산업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자사 특성을 기반으로 재료부터 생산까지 한 곳에서 해결할 전망이라 더욱이 안전하고 건강한 식품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것.

특히나 올해부터 하림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NS홈쇼핑에서 펼치고 있는 요리대회 ‘쿡페스타’(Cookfest)의 주제를 ‘가정간편식과 관련한 건강한 아이디어’로 제시했다는 점은 보다 다양한 HMR 제품군의 탄생을 예고하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식품기업에서 HMR 시장의 가능성을 엿보고 다양한 브랜드를 출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SPC삼립이 브랜드 ‘그릭슈바인’의 제품 카테고리 확대를 통해 가정간편식 사업 강화 계획을 발표하고 나섰으며, 동원그룹 역시 동원홈푸드를 통해 국내 최대 HMR 전문몰인 ‘더반찬’을 운영하는 것에서 나아가 동원F&B를 통해 프리미엄 서양식 HMR 브랜드 ‘퀴진’을 론칭하고 HMR 시장 적극 박차 계획을 알렸다.

풀무원의 경우 단순한 HMR을 넘어 신선하고 건강한 원물 재료로 구성한 ‘프레쉬 키트’(Fresh Kit)의 출시를 통해 HMR 시장의 다각화를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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