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가해자 ‘선배 예술가’ 가장 많아...기획자·감독-대학교수·강사-동료·후배 예술가 순

문화예술계 종사자의 유형별 성희롱·성폭력 피해. 도표=문체부.

[월요신문=장혜원 기자]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여성 10명 중 6명은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직접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으로 구성·운영한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조사단’(특별조사단)은 19일 오전 인권위 인권교육센터별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특별조사단은 지난 5월 2일~20일 24개 기관·단체에서 근무하는 문화예술인과 예술계 대학 재학생 6만491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해 응답자 4380명의 답변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여성이 겪는 성희롱·성폭력 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예술계 종사자(3718명)의 경우 여성 응답자 2478명 중 1429명(57.7%)은 ‘성희롱·성폭력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성희롱·성폭력 피해 유형을 살펴보면 여성의 경우 ‘음란한 이야기나 성적 농담을 하는 행위’가 41.4%(1026명)로 가장 많았다.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를 하는 행위’(38.9%, 964명), ‘예술 활동과 상관없이 신체접촉을 하거나 요구하는 행위’(34.7%, 859명), ‘회식 등에서 옆에 앉도록 요구하거나 술을 따르게 하는 행위’(30.5%, 755명)가 그 뒤를 이었다.

‘가슴·엉덩이 등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는 행위’(21.5%, 532명). ‘성적인 관계를 강요하거나 회유하는 행위’(16.0%, 396명), ‘예술 활동을 이유로 노출 또는 신체접촉을 강요하는 행위’(11.0%, 272명)도 적지 않았다.

반면 ‘성희롱·성폭력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남성은 남성 응답자(1240명)의 6.8%(84명)에 그쳐 여성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피해 유형도 마찬가지였다. 남성 역시 가장 많이 겪은 성희롱·성폭력은 ‘음란한 이야기나 성적 농담을 하는 행위’였으나 3.6%(45명)로 여성과 큰 차이가 났다. 다음으로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를 하는 행위’(3.5%, 44명), ‘가슴·엉덩이 등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는 행위’(3.2%, 40명), ‘예술 활동과 상관없이 신체접촉을 하거나 요구하는 행위’(3.0%, 37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성희롱·성폭력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1513명에게 성희롱·성폭력을 가한 상대방에 대해 묻자 ‘선배 예술가’가 64.9%(982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기획자 및 감독’(52.5%, 794명), ‘대학교수와 강사’(35.5%, 537명), ‘동료 및 후배 예술가’(22.9%, 346명) 등의 순이었다.

성희롱·성폭력 피해 시 어떠한 문제제기를 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87.6%(1326명)가 ‘그냥 참고 넘어갔다’고 답변했다.

참고 넘어간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문제제기를 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가 69.5%(922명)로 가장 높았다. '문화예술계 활동에 불이익이 우려돼서'(59.5%, 789명), ‘성희롱·성폭력 행위자와의 관계가 불편·불쾌해질까 봐’(59.4%, 788명), ‘문제제기 후 좋지 않은 소문, 비난, 따돌림 등을 당할까봐’(50.2%, 666명)라는 의견도 응답자의 과반수 이상으로 많았다.

문화예술계 내에서 성희롱·성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로는 전체 응답자 3718명의 64.7%(2,405명)가 ‘성희롱·성폭력을 가볍게 여기는 문화 예술계 특유의 분위기’를 꼽았다. ‘프리랜서 또는 임시직 등으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을 성희롱‧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법‧제도 부재’도 57.2%(2,126명)나 됐다.

문화예술계에서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는 ‘프리랜서 또는 임시직 등으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을 보호할 수 있는 법률 정비’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68.2%(2534명)로 가장 많았다. ‘성희롱·성폭력 행위자에 대한 공공기관 등 채용 제한’(60.4%, 2245명), ‘성희롱·성폭력 행위자 국가보조금 지원 제한’(56.2%, 2089명), ‘문화예술계 내 경제적 환경 개선’ (53.3%, 1982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특별조사단은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전담기구 설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예술가의 지위 및 권리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 성희롱·성폭력 행위자에 대한 공적지원 배제를 위한 법령 정비, 성희롱‧성폭력 예방조치가 포함된 표준계약서 마련과 보조금 지원시 의무화를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한편 인권위와 문체부는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에 대한 미투 폭로 등 문화예술 분야 전반에 걸친 성희롱·성폭력 문제가 제기되자 지난 3월 12일부터 100일간 한시적으로 특별조사단을 운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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