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유수정 기자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취임 2년차를 맞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리는 상황이다.

취임 1년간 ‘프랜차이즈 갑질과의 전쟁’과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및 총수일가의 지분 등 ‘재벌개혁’에 있어 그간의 어떤 공정위원장과 비교해서도 분명한 성과를 낸 그에게 최근 ‘해임’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기 때문.

수십 개에 달하는 해임 요구 청원에 동의한 이들이 각 청원 당 수백여명에 이르는 것은, 대체 어떤 일일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최근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취임 1주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논하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재벌개혁을 촉구하며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과 관련 총수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비주력·비상장사 주식을 처분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특히나 ▲SI(시스템통합)업체 ▲물류 ▲부동산관리 ▲광고 등 그룹 핵심과 관련이 없는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가 이뤄지고 있는 점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총수 일가가 다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내막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핵심 계열사의 지분이 아닌 총수 일가의 부당 이득을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의 지분을 하루 빨리 매각하지 않을 경우, 언젠가 조사 및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의 발표 직후 언론에서는 김 위원장을 일명 ‘재벌 저격수’로 일컬으며 향후 대기업에 벌어질 변화와 총수일가의 지분 매각 여부에 대해 집중 조명하고 나섰다. 바로 다음날 주식시장에 일어날 일은 그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은 채 말이다.

결국 김 위원장의 발표 다음날인 지난 15일, 주식시장에는 대규모의 쓰나미가 몰아닥쳤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기업이 피를 봤지만, 국내 굴지의 대기업 중 단연 1위를 자랑하는 삼성의 경우 그 파장을 가장 심하게 입었다.

이날 삼성전자의 시스템 통합(SI) 계열사인 삼성SDS는 전일 대비 무려 14%나 하락한 19만6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주주와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2조3000억 규모의 시총이 김상조 위원장 한 마디에 증발한 셈이다.

신세계그룹의 SI 회사인 신세계 I&C와 현대자동차그룹의 광고회사인 이노션 역시 전일 대비 각각 13.7%와 7.2%가량 하락하며 맥을 못 추렸다.

이들은 모두 김 위원장이 지목한 4대 계열사에 포함된 것은 물론, 오너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삼성SDS와 신세계I&C의 경우 오너일가가 각각 17.0%와 6.97%의 지분을, 이노션 역시 오너일가가 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주가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신중하지 못한 발언을 내뱉은 김상조 위원장은 한푼 두푼 열심히 모은 평생의 재산을 투자한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공공의 적’이 된 상황.

당초 대기업을 잡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서민들이 우선적인 피해를 입은 이번 사태가 결코 김 의원장이 의도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발언이 몰고 올 파장에 대해 조금은 신중했다면 주가 폭락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일주일이 지난 시점까지 하락한 주가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 속,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부랴부랴 “비상장사 주식을 두고 한 말”이라는 해명을 놓은 김상조 위원장. 여기에 “보안 등의 이유로 계열사에 일을 줘야하는 명분이 명확하다면 괜찮다”는 식의 일구이언(一口二言)까지 내뱉은 그의 모습은 사회적 반발을 의식한 것처럼 보여 씁쓸하기까지 하다.

공정위원장으로서 사회적 공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는 높게 사지만, 자신의 언행이 미칠 사회적 파장에 대해 보다 조금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면 좋았을 것이 조금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번 사건을 발판삼아 김상조 위원장 뿐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만한 위치에 있는 이들이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 있어 자신의 언행이 미칠 영향에 대해 조금은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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