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고성 조선소 상당수 폐업…중소업체 타격 커
원룸·상가 공실 심각…인구 유출로 휴·폐업 잇따라

한산한 성동조선해양 정문 / 사진 = 김덕호 기자

[월요신문=김덕호 기자] 2007년 경남 고성군의 내산, 장좌, 양촌·용정지구는 조선특구로 지정됐다. 지난해까지 등록된 사업체 수는 4552개, 관내 산업단지와 개별 입주된 조선업 관련 공장의 수는 56개에 달한다. 하지만 현재 공장을 가동하는 기업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 3월 통영·고성 지역 최대 사업체인 '성동조선'의 법정관리가 확정되자 지역 주민들은 더 큰 시련이 빠졌다. 마지막까지도 정상화를 고대하던 근로자들은 모두 이탈한 상태다. 한때 9000여명에 달했던 성동조선 해양은 현재 주 사무소와 설계동, 현장관리인원 등 250여명만이 근무 중이다.

귀를 울리던 장비 가동 소리나 사람들의 대화소리, 분주히 움직이는 트레일러들의 소리는 들어볼 수 없었다.

통영·고성지역 조선소들은 상당수 가동을 멈춰있다. 인적도 자재도 찾아보기 어렵다. / 사진 = 김덕호 기자

◆ 통영·고성 조선소 상당수 폐업…중소업체 타격 커

본지가 찾은 성동조선은 활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의 공장 출입구에는 가드레일이 쳐 있었고, 무단 침입을 막는 경비원들만이 자리를 지켰다. 현재 개방된 두 개의 출입구에는 각 1~2명의 근무원이 위치했지만 새로운 자재 운송이나 인원의 출입이 없는 탓에 적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멀리에 보이는 선박 건조 도크에서도 별 다른 움직임을 보지는 못했다. 자재나 근로자도 찾아볼 수 없다. 5척의 잔여 수주물량 남았다고 알고 있지만 소화되고 있는지 의문이 컸다.

성동조선 인근 야적장에는 오래된 중장비들이 자리를 채운 채 녹슬어가고 있다. 조선소 현장에서 사용했을 법한 사다리차나 이동형 크레인이다. 한켠에 '중장비 대여 및 판매'라는 문구가 적힌 플랭카드가 달려있다.

통영에서 고성 해안을 잇는 77번 국도를 따라 이동하면 선박 제조에 상용되는 대형 크레인을 심시찮게 볼 수 있다. SPP조선, 신아SB, 21세기조선, 삼호조선 등 회사의 상호가 크게 써 있지만 대부분 법정관리에 들어갔거나 매각돼 새로운 주인을 찾은 곳들이다. STX조선이 운영하던 고성조선만이 삼강S&C에 인수되 다소 분주히 운영되고 있었다.

중대형 조선소들의 현실은 그나마 낫다. 폐업한 조선소에 물품을 납품하던 업체들은 대부분 공장 가동을 멈췄다. 도로에 인접한 중소기업 중 가동을 멈춘 중소업체들 중 상당수가 '엔지니어링', '해양', '조선' 등 조선업과 관련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지난해 말 기준 성동조선해양의 1차 협력사는 1곳에 불과했다.

지역 관계자는 "그 많던 성동조선해양의 협력업체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며 "아직 1~2개 업체가 남긴 했지만 이들도 돈 나올데가 없으니 곧 없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조선소 인근 상가의 대부분은 폐업 상태다. 병원이나 약국도 찾아보기 어렵다. / 사진 = 김덕호 기자

◆ 조선소 인근 상가 80%가 문 닫아…병원·약국도 예외 없어

전성기 9000여명에 달했던 성동조선해양의 근로자는 현재 250여명 수준에 불과하다. 사무소와 현장관리인원 일부를 제외하면 근로자가 없다. 그나마 남은 현장관리인원들도 일감이 많지 않아 여러 부서의 일을 중복해 맡고 있는 실정이다.

고성군 군내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도 1200여명 수준이다. 지난 2015년과 대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일자리가 없어 지역 상권은 크게 악화됐다. 음식점, 상점, 마트, 편의점, 병원, 의원 등 업종을 불문하고 폐업했다.

특히 성동조선 앞 상가단지의 침체가 심각하다. 이미 식당 3~4곳, 편의점 2곳 정도를 제외하곤 모두 문을 닫았다. 세입자가 한곳도 없는 빌딩이 대부분이었고, 약국과 병·의원들도 문을 닫은곳이 대부분이었다.

한 음식점 대표는 "처음 들어왔던 4년전 만 해도 점심·저녁 시간에 자리가 없어 대기줄을 섰었는데 지금은 종일 받아도 10명 채 안되는 경우도 있다"며 "대부분이 자리를 비웠고 다행히 남은 식당이 몇 개 없어 입에 풀칠은 하고 산다"고 전했다.

원룸이나 상가건물 모두 공실이 심각하다. 건물 한채가 모두 비어있는 건물이 대부분이다. / 사진 = 김덕호 기자

◆ 원룸·상가 공실 심각…인구 유출로 휴·폐업 잇따라

지역 내 임대부동산 시장도 심각한 공실상태를 보이고 있다.

고성군 인근 부동산의 경우 상황이 그나마 낫지만 조선소 인근의 원룸촌은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군청에서 고용한 임시직 노동자들 외에는 근로자도 볼 수 없었다.

지역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지역의 원룸 원세 시세는 전성기 월60만원에 달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그 절반 수준에도 거래가 되고 있다. 대부분 공실을 채우지 못했고 인적도 뜸해 밤에는 불 켜진데가 없는 건물도 있다고 한다.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공실이 심해 원룸 건물 한 채가 모두 비어있는 경우도 있다"며 "그래도 건물 한 채에 3가구가 임대해 있으면 상황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라고 전했다.

인구가 없으니 상가들의 공실 문제도 심각했다. 대부분의 상가 건물은 1층을 제외하고는 세입자를 찾아볼 수 없었고, 그나마 건물 1층에도 1곳 이상의 상가가 운영되는 곳은 드물었다. 대부분의 상가가 폐업 공지를 내걸었다. 활기찼을 지난날의 기억을 담은 아쉬움 가득한 문구만 남았다.

일부 가게에는 아쉬움을 담은 폐업 공지가 달렸다. / 사진 = 김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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