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지현호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17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A' 등급을 받았다. 박상우 LH 사장은 기관장 평가 최고등급인 '우수' 평가를 받으며 경영능력을 입증했다.

부채감축, 정규직 전환, 임대주택 공급 등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됐지만, 아직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축제 분위기의 LH와 달리 임대주택 주민들의 주거환경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부채감축과 임대주택 공급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LH가 공사비 절감을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복도식 아파트다. 과거 '주공아파트'로 불리며 저가 아파트의 상징으로 남은 복도식 아파트. 사실상 민간건설업계에서는 퇴출된 방식이다.

직사각형 형태의 판상형 아파트는 여전하지만, '닭장'이 연상되는 복도식 아파트는 준공 후 하자, 화재 발생 시 대피 문제, 입주자의 주거만족도 하락 등 각종 문제를 품고 있어서다.

단점이 분명히 드러난 복도식 아파트지만, LH가 이를 고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한정된 공간에 많은 임대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가구 수를 늘리기 유리한 복도식 아파트를 선택할 수밖에 없어서다. 물론 원가절감 차원에서 저가 건축자재로 마감이 이뤄지는 일도 여전하다.

인천용마루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을 신청한 한 신혼부부는 "복도식 아파트가 임대주택 거주자의 상징이 되고 있다"며 "주거비를 아끼기 위해 임대주택을 선택했지만, 건물 외관에서부터 저기는 서민이 사는 곳이란 이미지를 주는 것 같아 이해가 안 간다"고 전했다.

LH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김성희(가명 36세)씨 역시 "복도식 아파트에 1년 넘게 살고 있는데 겨울엔 동파와 현관문 결로, 여름에 모기와 각종 벌레로 고생한다"며 "인근에 더 오래된 민간 아파트도 이렇게는 안 지었다. 서민에게 상실감과 상처를 줄 수 있는 복도식 아파트를 고집할 필요가 있냐"고 반문했다.

복도식 아파트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은 수년째 제기되고 있지만, LH는 현재에도 복도식 아파트를 추진 중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LH도 과거 '휴먼시아' 브랜드를 내세우며 탑상형 아파트를 건설하는 등 기존의 '주공아파트' 이미지 탈피를 위해 힘쓴 바 있다"며 "다만 부책감축과 임대주택 공급이란 숙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복도식 아파트를 대신할 대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판상형 편복도 형태(복도식)가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한다는 주장도 사실이지만, 계단실형 대비 다수의 세대 계획이 가능해 효율면에서 뛰어나다"며 "국토부와 공동으로 공공주택 공모대전을 추진하는 등 부정적 이미지 개선을 위해 디자인 혁신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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