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성유화 기자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남북관계가 연일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일명 ‘통큰 대화’를 나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관계에 통일이 한 발자국 가까워졌음을 알렸다. 올해로 분단 70년을 맞은 남북은 그간 많은 부분에서 다른 길을 걸었다. 역사 연구 역시 그렇다. 이제껏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질적이던 남북에 대해 정호섭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운영위원은 “통일의 시작은 남북역사학의 이질화 극복”이라고 말했다.

Q 남북역사학자협의회에 대해 소개해달라.

A 남북역사학자협의회는 남북역사학의 이질화를 극복하기 위해 남북역사학자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로, 지난 2004년에 설립돼 창설 된지 10년이 조금 넘었다.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북한에 있는 유물들의 전시, 고구려 고분 보전사업, 개성에 있는 만월대 발굴이 있으며 평양에 있는 고구려 벽화고분 발굴이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북한에서 독도문제나 위안부 문제 같은 역사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함께 논의를 펼치고 북한 유물을 유네스코에 등재시킬 때마다 수차례 학술회를 가졌다. 단지 이러한 역사의 교류가 정치적 군사적 상황에 의해 중단 될 가능성이 높아 지속성이 많지는 않았다. 반대로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면 역사적으로 순조로운 연구가 가능하다. 협의회의 많은 사람들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시간과 자본과 힘을 들여 고생해왔다. 그로써 남북역사학자협의회는 많은 성과와 교류를 쌓아왔고 북한과의 신뢰관계 역시 많이 구축해둔 상태다. 이에 앞으로도 남북역사학자협의회는 남북 간 역사 문화 교류에 제일 우선적인 조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Q 지난달 30일 '철원 DMZ 궁예도성 남북공동발굴 추진 정책 세미나'에서 직접 발제를 했다. ‘철원 DMZ 궁예도성 남북공동 추정 정책’에 대해 설명해달라.

A '철원 DMZ 궁예도성 남북공동발굴 추진 정책'은 군사회담에서 논의된 의제다. 이 정책은 DMZ 안에 위치한 궁예도성, 정확히 말하자면 태봉 철원 도성을 발굴해 연구하는 정책이다. 현재 태봉 철원 도성은 DMZ의 남북 양쪽에 정확히 걸쳐 위치하고 있다. 이번 연구로 DMZ, 즉 비무장지대 안에서 남북이 함께 연구를 공유하고 발굴에 착수한다면 상징적으로도 좋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또한 태봉 철원 도성은 과거 궁예가 태봉궁을 만들면서 설립한 도성이다. 이에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녔지만 그 실체가 연구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잘 보존된 DMZ의 자연환경도 연구할 수 있다. DMZ는 현재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청정 자연 구역이다. 그렇기에 자연적인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또한 태봉성 쪽으로 경원선이 지나간다. 이는 태봉성 연구와 함께 경원선의 복원 역시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서 '철원 DMZ 궁예도성 남북공동발굴 추진 정책'은 세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 첫 번째가 자연 생태학적 관점, 두 번째가 역사학적 관점, 세 번째가 경원선이다. 이 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아우러져 DMZ 지역을 평화지대로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전 협정이 평화 협정으로 가는 방향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DMZ는 UN 관할 구역이기도 하고 지뢰 역시 상당수 매설 돼 있다. 때문에 발굴을 위해서는 UN에 협조를 얻어야한다. 그 후 가장 먼저 지뢰 제거 작업에 착수하겠지만 이 작업 역시 쉽지 않을 것이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남북이 비무장지대에서 함께 협조해 작업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을 것이다. 그 다음 경원선의 경우 도성을 관통하고 있어, 경원선을 도성 바깥으로 우회한다고 가정하면 적어도 20~30년의 장기계획을 바라보고 조사·연구해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모든 것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DMZ는 남북 평화의 상징으로서 굉장히 중요하며, 때문에 남북이 공동발굴에 착수한다는 것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사진=성유화 기자

Q 남북 역사 연구에 대한 설명과 향후 방향에 대해 설명해달라.

A 남북은 그간 역사를 보는 인식과 시각에 있어서 이질적으로 다르다. 향후 통일을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남북이 역사관에 있어서 이질감을 제거하고 동질성을 가져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의 역사학자들이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토론할 필요가 있는데, 원활한 소통은 남북 간의 긴장완화가 필요하다. 최근 몇 년 간 유레적으로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이에 앞으로도 활발한 남북 간 역사적 소통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북한 지역에 있는 고구려와 고려 그리고 발해 등의 시대 역사를 깊이 있게 연구할 수 있다. 더불어 쉽게 답사가 가능하고 직접 현장에서 연구를 통해 밝힐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이로써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폭도 커지고 이질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통일에 대해 회의적 혹은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물론 급격한 통일은 여러 문제를 수반하겠지만 통일 민족 국가의 건설은 일제 식민지 시대 이후에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이자 이 시대의 역사적 소명이다. 과거에는 일명 ‘통일 대박론’으로 통일로 인해 나타날 경제적 이익을 긍정적으로 바라봤지만, 통일은 경제적 이익만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경제적 이익 외에 많은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며 남북이 힘을 합쳐 좀 더 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통일은 어떤 선택이 아니다. 반드시 이뤄내야 할 당위적인 민족 최대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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