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보지 못한 색다른 느낌…돈키호테 감성까지 카피한 점은 아쉬움남아

사진=유수정 기자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너 지금 일본 왔어?”

기자가 일본에서 유학 중인 지인에게 ‘삐에로 쑈핑’ 매장 투어 중 촬영한 사진 두어 장을 보냄에 돌아온 대답이다.

‘삐에로 쑈핑’은 이마트가 일본의 돈키호테 매장을 벤치마킹해 론칭한 만물상 개념의 디스카운트 스토어다. 실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직접 일본의 돈키호테 매장을 방문하며 운영 전략을 짰을 정도로 공들인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더욱이 유통업계에서는 ‘삐에로 쑈핑’ 매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을 터.

그러나 막상 패가 열린 ‘삐에로 쑈핑’은 벤치마킹을 넘어선 카피 수준의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아쉬움이 가득했다.

일본에서 거주 중인 지인이 “말 안 해줬으면 오사카나 후쿠오카(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지역, 매장 내 한글이 보임을 두고 한 말)의 매장이라 생각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내온 것은 물론, 일본 여행을 수없이 다녀온 기자 역시도 매장 입구에 들어선 순간부터 “돈키호테를 그대로 들여온 것이 아니냐”는 말이 절로 나왔을 정도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행 요소는 분명히 존재했다. 일본 돈키호테를 한 번이라도 방문한 이들이라면 일본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매장을 비교해보는 재미를 쏠쏠히 느낄 수 있을 것이고, 돈키호테를 알지 못하는 고객일지라도 한국에서 처음 접할 수밖에 없는 콘셉트의 매장에 신선함을 느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간의 유통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 유통업계에서 쉽사리 도전하지 못한 이 같은 영업 전략을 야심차게 도입한 정용진 부회장의 자신감은 높이 사야함에 마땅했다.

오는 28일 공식 오픈을 앞두고 기자간담회 및 프리오픈 자리를 마련한 이마트는 ‘삐에로 쑈핑’을 소개하며 “B급 감성의 보물창고”라고 표현했다.

이 때문일까. 실제 2개 층으로 구성된 750평(2513㎡) 매장 내에는 수만 가지의 제품들이 빼곡하게 진열된 상태였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물건이 존재했냐”고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같은 기자의 반응에 ‘삐에로 쑈핑’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이마트(3000여평 규모)에서 판매되는 상품이 5~8만 가지인데,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매장 규모에 4만여 가지 상품을 진열했으니 더 그렇게 느껴지실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그래서 그런지 매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구경하는 것이 흡사 ‘보물찾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가득 받았다. 판매중인 상품군에 따라 구역을 나눴음에도 불구하고 정돈되지 않은 매장 분위기 속에서 원하는 제품을 찾기 위해 고객 스스로가 집중해야 하니 말이다. 오죽하면 직원들에게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라는 문구가 크게 새겨진 유니폼을 착용하게 했을 정도일까.

사진=유수정 기자

특히나 이들이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진 ‘코스메틱’(화장품) 코너의 경우 일반적으로 알려진 브랜드의 상품을 최대한 배재하고 우수한 중소기업의 상품을 발굴해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소위 ‘뷰티 브랜드’에 빠삭하다는 기자조차 처음 보는 생소한 제품에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였다.

여기에 국내 최초로 일반적인 쇼핑매장에 수백 가지의 미용렌즈를 들여왔다는 점은 더욱이 10~30대 여성들의 발길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어 보였다.

일본 돈키호테 매장 쇼핑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재미 중 하나인 성인용품 구역을 들여왔다는 점 역시 매장을 방문한 성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최근 개방된 분위기의 성인용품샵이 홍대·이태원 등에 속속들이 오픈하며 성인용품산업이 양지로 올라왔다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음지의’, ‘퇴폐적인’ 이라는 단어가 우선적으로 떠오를 만큼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제품임에 분명하기 때문.

‘삐에로 쑈핑’이 기존의 한국 정서를 깨부수고 성인용품 및 코스튬 코너를 구성했다는 점은 고객들에게 색다른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어야함에 틀림없었다.

사진=유수정 기자

시가, 전자담배 등 다양한 흡연제품을 판매하는 동시에 매장 안에 흡연실을 마련했다는 점은 더욱이 신선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흡연실 내부 분위기를 ‘지하철 2호선’과 똑같이 꾸민 것은 이들의 ‘B급 감성’이 절실히 드러난 대목이다. “흡연자들에게 일상생활에서 절대로 행할 수 없는 일종의 금기를 깨는 일탈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돈키호테와 달리 가격적인 부분에 있어 초강수를 둔 것 역시 ‘삐에로 쑈핑’의 강점 중 하나다. 이미 신세계 및 이마트, 스타필드 등을 통해 유통부분의 노하우를 지닌 이들은 ▲급소가격(가격 경쟁력이 있는 특가상품) ▲갑오브값(카테고리 내 가격경쟁력이 우수한 대표상품) ▲광대가격(삐에로 단독 및 PL상품)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아울러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부도상품 등을 도입해 가격의 초저가를 실현하고자 했다.

이밖에도 쇼핑 내내 ‘빨간 모자를 눌러쓴 난 항상 웃음 간직한 삐에로’라는 노래 가사를 흥얼거릴 수 있도록 매장에 흐르는 음악까지 신경 썼다는 점은, 사소한 부분 하나까지도 캐치하며 고객들로 하여금 브랜드를 기억할 수 있도록 한 이들의 노하우가 가득 발현된 대목이었다.

정용진 부회장이 벤치마킹 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 돈키호테의 매장 내부 모습 / 사진=유수정 기자

‘청출어람이 청어람’(靑出於藍而靑於藍)이라고 일본 돈키호테의 영업방식에 이들의 강점을 최대한 덧붙였다는 점은 칭찬하지만 돈키호테의 감성을 그대로 들여왔다는 점은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다.

전반적인 매장 구성은 물론이거니와 매장 POP 글자체 느낌까지도 그대로 따라한 점은 일본어가 한국어로 변했다는 것 외에는 돈키호테의 분위기와 다른 점을 찾기 어려웠다. 아울러 돈키호테의 마스코트 캐릭터인 펭귄(돈펜)이 삐에로로 변했다는 것 말고는 전반적인 느낌이 동일했다.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정용진이 무려 1년 여간 몰두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삐에로 쑈핑’이 지닌 흥행 요소는 분명했다. 오는 28일 삼성 코엑스점을 시작으로 2호점인 동대문 두타점이 차례로 오픈하는 시점에서 이마트의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길 기대해보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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