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멋대로 금리산정’…금감원도 검사 나서

서울의 한 저축은행 영업점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살인적인 고금리 대출로 오랜 시간 금융소비자들을 괴롭혀 온 제2금융권에 대해 금융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최근 금감원은 2금융권의 비합리적인 금리로 서민들의 이자부담이 과도하다고 판단, 다음 달 초 20% 이상 고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 실명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조달원가와 실제 금리차이 등 저축은행의 수익성 지표도 함께 공개할 계획이다.

금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의 예대금리차는 8.34%로, 시중은행 평균(2.04%)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저축은행의 이자이익 역시 최근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 1분기 기준 저축은행의 이자이익은 1년 전보다 17.7%(1519억원) 늘어난 1조91억원을 기록했다.

예대금리차란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로, 저축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이로 수익을 낸다. 예금 금리보다 대출금리가 클수록 금융사는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2금융권 대출금리는 20%가 넘어 사실상 법정 최고금리(24%) 수준이다. 주요 저축은행의 금리대별 취급비중을 살펴보면 대부분 차주가 20% 이상 고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저축은행은 1금융권 이용이 어려운 서민과 소재지 지역민들의 금융편의를 도모하고 저축을 증대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서민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돼야 할 저축은행에서 학자금, 월세, 전세 등의 생계형 대출이 전부인 서민들의 가계신용대출에 대해 특별한 사유 없이 높은 고금리를 적용하여 오랜 시간 금융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일각에서는 대부업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금감원은 저축은행의 불합리한 금리산정 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하반기 중 대형 저축은행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번 현장 검사에서는 차주의 신용등급과 무관하게 고금리를 적용하고 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금감원 저축은행 감독국 관계자는 “일부 저축은행들이 고객 신용도를 감안하지 않고 고금리를 책정해왔다”며 “잘못된 관행을 바라잡기 위한 현장 검사 착수와 발표 세부 사항을 점검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법적으로 보장된 금리 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음에도 금융당국의 과도한 압박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금융소비자들이 높은 금리를 불합리하다고 지적한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고민해볼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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