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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축구선수 신동빈 vs 격투기 선수 신동주의 싸움
                                    월요신문 편집국장 이상준

[월요신문=이상준 기자] 러시아 월드컵 본선 16강 진출팀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는 월드컵의 열기는 오는 7월,  본선 경기가 시작되면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월드컵 경기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32억 명이 시청(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기준)하는, 명실공히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 이벤트다.

사람들은 왜 축구에 열광할까. 축구팬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축구의 매력은 바로 ‘페어플레이’에서 찾을 수 있다. 축구 경기를 시청하다보면 가끔 선수가 충분히 공격 기회를 잡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사이드 라인 밖으로 공을 차내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대부분 상대편 선수가 부상을 당해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는 경우다.

사실 심판이 휘슬을 불어 경기를 중단시키지 않는 이상 선수가 쓰러져 있건 말건 공격을 이어가도 무방하다. 하지만 선수들은 ‘빠른 응급처치가 필요한 심각한 부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스스로 공을 바깥으로 차 내 경기를 중단시킨다. 심지어 부상 당한 선수가 상대편 선수여도 다르지 않다.

격투기 선수들은 정반대다. 상대 선수가 부상을 입게 되면 부상 당한 부위를 집중 공격한다. 그래야 경기를 쉽고 빠르게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격투기 팬들은 그것을 ‘비겁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방 선수의 약점을 잘 공략한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입을 모아 상찬한다. 하지만 이것은 약속된 플레이를 벌이고 있는 사각의 링 위에서만 허용된 룰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약점을 잡아 공격하는 것’이 범죄가 되기도 하고 반인륜적이라고 비난 받기도 한다. 최근 형제 간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롯데 그룹 신동빈 회장과 그의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보며 ‘축구 선수’와 ‘격투기 선수’가 싸우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기업 총수 중에 유일하게 구속 수감 중인 롯데 신동빈 회장이 최근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했다. 신 회장 측은 이번 보석 신청 사유에 대해 “오는 29일, 일본에서 열리는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친족의 사망 등 아주 제한적인 경우에만 수용되는 보석을 ‘주주총회’에 참석한다며 다소 무리하게 신청한 것으로 미루어 볼때, 신동빈 회장 입장에서 이번 주총이 그만큼 많은 우려와 걱정을 자아내는 사안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동빈 회장의 불안감은 바로 그의 형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서 비롯됐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번 주총에 신동빈 회장의 이사직 해임 안건과 본인의 이사 선임 안건을 함께 제출한 것이다. 수감 중인 탓에 주주총회에 참석할 수 없는 신동빈 회장의 ‘부재(不在)’라는 약점을 노려 공격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주총은 지난 몇 년 간 약 4차례에 걸쳐 치러진 표 대결에서 늘 압도적인 패배를 맛 봐야만 했던 신동주 전 부회장의 회심의 일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 롯데 그룹을 하나로 만든 이른바 ‘원(One) 롯데’를 가능케 한 것은 ‘신동빈’이라는 강력한 구심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신 회장은 주총이 열릴 때마다 일본 임직원과 이사회 멤버들을 직접 찾아 향후 그룹의 미래 비전과 경영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통해 돈독한 신뢰 관계를 유지해왔다.

마치 동생의 부재를 기다렸다는 듯이 빈틈을 노린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기 위한 모습에는 '비겁함'이 녹여있다. 

팀(회사 전체)의 승리를 위해 애쓰는 축구 선수 신동빈과 개인의 승리를 위해서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 공격하는 격투기 선수 신동주의 대결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며 팀 선수들(임직원 및 이사회)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지난 네 차례의 주총 결과가 그 결과를 말해주는 듯 하다. 아직 롯데는 경영권 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대목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은 ‘축구가 왜 가장 사랑 받는 스포츠가 됐는지’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길 권한다.
 

이상준 기자  jajun66@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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