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불허에도 형 신동주에 승리…韓日 롯데 ‘원톱’ 지위 굳건

사진=롯데지주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대결에서 무려 다섯 번째 승리를 거두며 한일 롯데의 ‘원톱’ 지위를 더욱 굳건히 하게 됐다. 이로써 사실상 그간 롯데가(家)에 불거진 경영권분쟁이 종식됐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 일본 롯데홀딩스는 오전 9시 도쿄 신주쿠 본사에서 개최한 주총을 통해 신동주 전 부회장이 제안한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부회장의 이사 해임안,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이사 선임안을 모두 부결했다.

이날 주총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을 비롯해 쓰쿠다 다카유키 부회장, 고바야시 마사모토 부사장, 가와이 가쓰미 부사장, 아라카와 나오유키 전무, 고쵸 에이이치 전무 등 롯데홀딩스 경영진과 종업원지주회, 임원지주회 관계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석 불허로 이날 주총에 참석하지 못한 신동빈 회장을 대신해 롯데는 지난 28일 비상경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각규 부회장을 비롯해 민형기 컴플라이언스 위원장, 이봉철 재무혁신실장, 이태섭 준법경영실장 등 4명을 일본으로 보낸 바 있다. 그러나 부재중인 신 회장을 대신해 위임받을 수 있는 인물은 친척뿐이기에 이들은 주총에 참여하지 못했다.

대신 이들은 일본롯데 경영진들에게 자신을 지지해 줄 것을 간곡하게 당부하는 내용이 담긴 신동빈 회장의 서신을 전달하며 한국의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황 부회장 등의 노력 덕에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의장이 참석한 주주들을 대표해 신 회장의 서신을 대독했다. 아울러 참석한 주주들은 회사제안 의안과 주주제안 의안을 심의했다.

그 결과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제안한 이사 1명 선임건과 이사 2명 해임건은 과반수의 동의를 얻지 못해 모두 부결됐다.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 주요 주주는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미도리상사·롯데그린서비스·패밀리 등 관계사(20.1%) ▲투자회사 LSI(10.7%) ▲가족 및 기타(7.1%) ▲임원지주회(6.0%) ▲신동빈(4.0%) ▲신동주(1.6%) ▲신격호(0.4%) ▲롯데재단(0.2%) 등이다.

이중 신동주 전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광윤사를 제외한 종업원지주회 및 관계사, 임원지주회 등은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는 우호세력이다.

이들 지분율만 합하더라도 53.9%다. 여기에 신동빈 회장이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에 광윤사와 본인 지분을 합하더라도 지지세력이 29.7%밖에 되지 않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 회장을 압박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상황이었다.

사진=뉴시스

두 배 가량의 지분율 격차로 인한 지지율의 차이도 존재하지만, 재계에서는 주주들이 신 회장을 재신임한 결정적인 이유로 그간의 경영 성과에 대한 신뢰도가 밑바탕 됐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신동주 전 부회장에 대한 낮은 신뢰도 역시 크게 한 몫 했다고 평가한다.

신 전 부회장은 1980년대부터 약 30년 간 일본 롯데의 경영에 참여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또한 2015년 1월 경영자로서의 적격성을 의심받으며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된 후 일본 롯데 4개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패소한 바 있다.

여기에 한국 롯데지주 지분 역시 거의 보유하고 있지 못한 상태라는 점은 더욱이 불리한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는 상황.

현재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롯데지주 출범 당시 주식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통해 한국 내 대부분 주식을 처분한 것은 물론, 지난 4월 롯데지주와 6개 계열사 간 합병 및 분할합병 과정에서도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모두 팔아 불과 0.15%의 지분율만을 보유 중이다.

신 회장의 경우 최근 유상신주를 취득하며 10.47%의 롯데지주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롯데지주 측은 “한국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부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신 회장을 비롯한 현(現) 경영진에 대해 일본롯데 주주들이 다시 한 번 지지를 보내준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어려운 현 상황이 빨리 극복돼 한일롯데의 경영이 불안정해지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또한 신동주 전 부회장은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해 임직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롯데의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일을 멈춰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정기 주총에서 ▲잉여금 배당건 ▲이사 3명 선임건 ▲감사 1명 선임건 등 회사가 제안한 5개 의안은 의결권의 과반수 찬성으로 승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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