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안유리나 기자] LG 구광모 회장이 만 40세에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다. 72개 계열사·연 매출 160조원·임직원 21만명을 거느린 국내 재계 4위 LG의 수장 자리에 오른 구 신임 회장은 국내 10대 그룹 중 4세 경영인 첫 포문을 열었다.

㈜LG는 29일 서울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LG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LG그룹은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 이후 2세대 구자경 명예회장과 3세대 故 구본무 회장이 모두 '총수'로 등극하면서 회장 직함을 받은 전통을 이어간 셈이다. 

◆만 40세에 LG그룹 총수로....구광모 신임 회장 누구?

구 회장은 선대 故(고) 구본무 회장의 유일한 아들로, 구인회 LG 창업주의 증손자다. 친부는 구본능 희성전자 회장이지만 LG가의 '장자 승계 원칙'을 위해 구본무 회장의 양아들로 입적했다. 

1978년생인 구 회장은 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 졸업했다.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한 뒤 미국 뉴저지법인,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선행상품기획팀, HA(홈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 창원사업장, ㈜LG 경영전략팀 등을 거쳤다. 제조 및 판매, 기획, 국내외 및 지방 현장 경험을 쌓았다.

IT기술 동향에 관심이 많아 콘퍼런스나 포럼 등에 참석하고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직접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평소 직원들과의 격없이 소통하고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빠르게 실행에 옮길 것을 강조해 왔다. 

LG 관계자는"오너가이지만 충분한 경영 훈련 과정을 거치는 LG의 인사원칙과 전통에 따라 지금까지 전략부문에서, 사업책임자로서 역할을 직접 수행하며 경영 역량을 쌓아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일하는 방식이나 스타일은 고객과 시장 등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선제적으로 시장을 만들고 앞서가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철저한 실행을 중시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산적?

창업주와 같은 나이에 총수 반열에 오른 것과 관련 일각에서는 경영 능력을 인정 받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만 40세의 그가 경영능력을 충분히 검증받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이르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무엇보다 위기의 LG그룹을 한단계 도약시켜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LG그룹이 직면한 산업 환경이 녹록찮으면서 구회장의 어깨가 무겁다. 

구회장은 스마트폰, LCD 패널 등 부진한 기존 주력사업의 부활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등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잡아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직 현장 경험이 부족한 구 회장이 모두 챙기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크게 달라진 점은 없겠지만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스마트폰 적자와 LG디스플레이의 위기 돌파도 큰 과제로 보인다. 기존 주력 사업의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룹의 미래먹거리를 발굴하는 것이 최대 과제로 꼽힌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동안 병상에 누워있던 고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LG그룹 경영을 맡아왔던 삼촌 구본준 부회장의 독립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다. 

LG그룹에 따르면 구본준 LG 부회장은 LG그룹 경영일선에서 전면 물러나 연말 임원인사에서 퇴임할 예정이다. 과거 LIG그룹, LS그룹, 희성그룹 등이 장자 승계후 떼어져 나갔던 것처럼 구 부회장도 LG그룹의 계열사나 사업부를 계열 분리해 독립한다.

한편 ㈜LG는 당분간 대표이사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인 하현회 부회장 구 신임 회장의 복수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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