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안유리나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이하 공정위) 1일 공익법인이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장이나 일감 몰아주기 등에 이용됐다고 의심되는 사례를 소개했다. 

사회공헌을 통해 공익을 증진시키겠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들이 알고보니 사실상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나 경영권 승계 등에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 

보다못한 공정위가 공익 재단 설립 취지와는 다르게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는 지적에 나선 셈이다. 

1일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약 4개월간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165곳에 대한 실태조사한 결과.

이날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자료 발표에 앞서 진행된 백프리핑에서 "공익법인이 총수일가나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하는 경우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럼에도 공익법인과 동일인 관련자 간 내부거래에 대한 통제장치는 미흡한 실정이다.현재 운영 중인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위에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상속증여세법상 공익법인을 통해 세금혜택을 받고도, 총수일가의 계열사를 지원하거나 계열사 주식을 가지고 총수일가를 보좌하는 것 등은 경제력 집중 억제에 옳지 않다"고 부연했다.

이번 조사 대상에서 이들의 평균 자산규모는 1229억원으로 전체 공익법인 평균자산(261억) 대비 6.3배에 달했다는게 공정위측 설명이다.

각 공익법인들이 그룹의 핵심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세금은 내지 않고 있다.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공익법인은 5%까지 특정 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5% 초과분에 대해서는 증여세가 과세된다.

공정위 조사결과, 공익법인이 주식을 보유한 119개 계열사 중 112개의 주식에 대해서는 상증세 면제 혜택을 받고 있었다.

반면, 공익법인이 보유한 핵심 계열사 주식이 주요 수익원으로 기여하는 역할은 미미했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자산 구성에서 계열사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16.2%였지만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6%였다. 계열사 주식 배당금액을 수익률로 환산해 보면, 보유 계열사 주식의 평균 장부가액 대비 2.6%에 그쳤다. 

공익법인이 수익을 목적으로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기보다 경영권 유지 차원에서 보유한 측면이 더 크다고 공정위 측은 해석했다. 

공익법인과 총수일가 간의 내부거래도 포착됐다. 2016년 기준 165개 공익법인 중 총수 관련자와 자금거래·주식 등 증권거래나 부동산 등 자산거래, 상품용역 거래 중 어느 하나라도 한 비율은 100개(60.6%)에 달했다.

특히 상품용역거래가 있는 공익법인은 92개(55.8%)였으며, 공익법인들의 동일인관련자와의 평균 상품용역거래 비중은 18.7%로 나타났다.대기업 공익법인 중 고유목적 사업을 위한 수입·지출이 전체 수입·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공익법인(60%)의 절반에 불과한 수치다. 

이러한 현상은 자산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에서 뚜렷이 나타났다. 

결국 대기업 공익법인이 법령이나 정관에 규정된 설립목적에 따라 하는 사업보다 수입이 발생하는 이외의 사업에 더 힘을쏟았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이같은 문제점을 바탕으로 공익법인이 대기업집단의 편법적 수단으로 활용돼도 제재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공익법인이 총수일가나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하는 경우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럼에도 공익법인과 동일인 관련자 간 내부거래에 대한 통제장치는 미흡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운영 중인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위에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토론회와 간담회 등 외부 의견 수렴을 거쳐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