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장혜원 기자] 수행 비서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일 첫 공판에 출석했다.
안 전 지사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4월 5일 영장실질심사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안 전 지사는 이날 오전 10시 56분쯤 1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도착했다.
남색 정장에 흰색 와이셔츠를 입은 안 전 지사는 ‘아직 혐의를 부인하는가’, ‘심경이 어떤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뒤 303호 법정으로 들어갔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로 규정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에 대해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된 피고인의 막강한 지위와 권력,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이용했다”며 “극도로 비대칭적인 지위와 영향력을 악용했다”고 말했다.
반면 안 전 지사 측은 ‘합의에 의한 관계’라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안 전 지사 변호인은 “행동(성관계 및 신체를 만진 행위) 자체는 있었지만 피해자 의사에 반해 행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피해를 주장하는 김씨는 안정적인 공무원 자리를 버리고 무보수로 캠프에 올 만큼 결단력 있는 여성인 만큼 위계에 따른 관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오전 재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가면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쟁점은 법정에서 다루겠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는 안 전 지사에게 수차례 성폭행,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수행비서 김지은씨도 참석해 방청석에서 재판이 진행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8개월 동안 전 충남도 정무비서인 김지은씨를 상대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지난 4월 11일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안 전 지사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3월 28일과 4월 5일 모두 기각당한 바 있다.
앞서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의는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재판이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원칙과 기준을 세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재판의 결과가 권력형 성폭력을 근절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기준, 가이드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여성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평등하게 일할 수 있도록 성희롱과 성폭력, 성차별이 난무하는 직장문화가 성평등 조직문화로 변화해가는 계기가 되도록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