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면세점 재취득 관련 얘기 없었다"…辛 측 유리한 진술 하기도

신동빈 롯데 회장이 2일 항소심 6차 공판에 참석했다. 사진은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롯데 오너가 비리 항소심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70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방안으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증언을 거세게 반박하고 나섰다. 안 전 수석의 진술은 신 회장의 1심 실형 판결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핵심 증거 중 하나였기 때문.

그러나 이날 재판에서 안 전 수석은 도리어 신 회장 측에 유리한 진술을 펼치기도 해 향후 재판 결과가 뒤집어 질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 상황이다.

신동빈 회장 측 변호인단은 2일 오후 2시10분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 심리로 열린 신 회장에 대한 항소심 6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참석한 안 전 수석을 향해 “진술에 있어 일관성이 없을 뿐 아니라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취지로 증언의 신빙성을 재차 따져 물었다.

지난 2년간 검찰 조사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안 전 수석이 진술했던 내용들이 계속해서 바뀌었을 뿐 아니라 다른 진술자들과의 내용과 정반된 부분이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신 회장 측은 안 전 수석이 2016년 3월14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신 회장의 단독면담 일정을 잡은 것과 관련 신동빈 회장 휴대전화의 기록을 증거로 제시하며 “검찰 조사 때는 신 회장과 처음 통화한 이유가 박 전 대통령과의 개별 면담(독대) 때문이라고 진술해놓고, 오늘 재판에서는 창조경제혁신센터 행사 때문에 전화한 것 일수도 있다는 진술을 하고 있다”면서 “면담 일정을 잡기 위한 전화가 확실했느냐”고 재차 따져 묻기도 했다.

이에 안 전 수석은 “그 당시에 창조경제혁신센터 행사 역시 중요한 이슈 중 하나였기 때문에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 답한 것 뿐”이라며 “원래 예정됐던 총수 면담에 故 이인원 부회장이 잘못 참석했다는 상황을 전하며 개별 면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해명했다.

이어 신 회장 측은 “그간 안 전 수석은 신 회장과의 오찬(3월11일) 당시 어떤 내용으로 대화를 나눴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면서 “그러나 오늘은 당시 면세점 특허 상실에 대한 대규모 실직 등 고용문제와 관련한 말을 들은 사실이 있다고 기존의 진술과 다른 증언을 펼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또렷해지는 것은 거짓말의 정황이라는 대법원의 판례도 있다”면서 “갈수록 대화내용에 대해 더 정확하게 기억하는 안종범의 증언이 신빙성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신 회장 측은 안종범이 자신의 수첩에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를 전후로 롯데와 관련한 내용을 적은 것과 관련 당시의 상황을 언급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그간 안 전 수석은 ‘신 회장 혹은 소진세 롯데 사장에게서 직접 들은 얘기를 적은 것’이라고 진술해왔지만 지난 1월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는 ‘신 회장과 오찬 당시에 적은 것은 아니고, 소 사장과 통화하며 적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며 “그런데 이 시기(3월10~13일) 통화기록을 살펴보니 두 사람이 통화한 시간은 매우 짧은데, 이 시간 안에 그 많은 내용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안 전 수석은 “제 3자에게서 해당 내용을 들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강하게 일축했다.

이밖에도 신 회장 측은 “안 전 수석의 진술을 종합해보면 SK 등 대기업이나 다른 관계자들이 자신과 관련해 펼친 증언과 회의록 등은 모두 거짓말이라는 것”이라며 “SK가 독일 회사인 비덱에 50억을 보내는 것을 본인이 중단하라고 했고, 롯데가 지원한 70억 역시 본인이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포스코의 지원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도 대통령 지시를 이행하지 못할까 재단의 보고를 미뤄달라고 말한 사람”이라며 “지금의 진술은 본인의 처벌을 면하고자 하는 부분이 크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해당 진술 과정에서 안 전 수석은 도리어 신 회장 측에 유리한 증언을 펼치기도 했다. “재취득과 관련한 현안에 대해서 이야기 나눈 바는 없다”고 강하게 일축하며 “대신 새롭게 특허권을 따낸 신규 기업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직원의 고용을 승계하는 방안을 얘기하며 그 기간이 길어지기 않게 노력하겠다는 대화를 나눈 기억이 있다”고 말한 것.

그간 신동빈이 면세점 특허권의 재취득 안을 청탁하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던 점을 고려하면, 안 전 수석의 이번 진술은 신 회장 측에 상당 부분 유리하게 작용 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안종범 전 수석은 “2년 가까운 시간동안 검찰 조사와 재판의 증인 등으로 참석해 수많은 진술을 펼쳤지만 오늘처럼 곤욕스러웠던 적은 없다”면서 “조사 과정이나 재판에서 말하는 진술 한마디 한마디가 다른 사람들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사실만을 이야기하려고 했고 확실한 기억이 나지 않으면 모르겠다고 답한 것뿐인데 제가 그간 허위사실을 이야기한 것처럼 압박당하고 매도당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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