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오후 전남 강진군 한 야산에서 실종된 여고생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돼 경찰 등이 수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장혜원 기자] 지난달 전남 강진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여고생은 아버지 친구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왔다.

전남 강진경찰서는 살인 등의 혐의로 여고생 A(16)양의 아버지 친구 B(51)씨를 살인 용의자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수사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B씨는 지난달 16일 전남 강진군 도암면 매봉산에서 A양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양은 같은 달 24일 이 산에서 알몸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양 시신을 정밀 부검한 결과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점으로 미뤄 B씨가 A양을 산으로 데려가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B씨가 A양을 미리 만나 약속을 잡았고 범행 이틀 전 약국에서 수면유도제를 구입한 뒤 범행 도구를 준비한 점 등으로 토대로 B씨가 범행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A양 실종 이틀 전인 지난달 14일 병원에서 불면증을 호소, 수면유도제인 졸피뎀을 처방받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수면유도제 성분은 A양의 몸 속에서도 검출됐다.

경찰은 “B씨의 자택과 자동차에서 발견된 전기이발도구와 낫에서도 A양의 DNA가 검출됐으며 B씨가 범행 당일 귀가하자마자 집 마당에서 태운 물건에서도 A양의 흔적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B씨가 태운 물건의 재에서 나온 금속 반지, 바지 단추, 천 조각 등을 감정한 결과 A양이 실종 당시 입었던 바지나 들고 있던 손가방과 같은 종류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A양의 시신에서 B씨의 DNA는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A양 SNS 대화 내용,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을 통해 B씨가 실종 당일인 지난달 16일 오후 1시59분 전후 강진군 성전면 모 공장 부근에서 A양을 차에 태워 매봉산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B씨는 사건 당일 밤 A양 부모가 집으로 찾아오자 뒷문으로 달아났다가 다음날 17일 오전 6시 17분쯤 집 인근 공사장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확보된 증거와 정황을 토대로 전문 프로파일러 등과 함께 보강 수사를 해 B씨의 살해동기, A양의 명확한 사인 등을 규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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