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순 회장, 음주폭행·금품수수 전력…'우려' 증폭

한국마사회는 지속적해서 변화와 혁신을 외쳐온 공기업이다. 말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물론 임직원의 부정·부패, 정(政)피아·관(官)피아 등 낙하산 논란까지 악성 이슈가 끊이지 않아서다. 36대 마사회 회장을 맡은 김낙순 회장 역시 혁신에 방점을 찍고 있다. 김낙순 회장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꾸준히 변화를 강조해 왔다. 이전에 마사회가 심어준 이미지를 탈피하고 조직을 바꾼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마사회는 올해 창립 96주년을 맞는다. 이제 곧 100년이다. 그야말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지만, 아직도 우려의 시각이 더 많다. 그리고 잡음 역시 여전하다. 월요신문은 마사회를 둘러싼 각종 이슈를 정리하고 갈림길에 선 김낙순號의 경영전략을 엿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1922년 조선경마구락부에서 시작된 한국마사회의 역사는 100년을 바라보고 있다. 국내 말산업을 독점하며 거둬들인 수입은 연간 7조원. 여기에 보조금으로 매년 약 100억원의 정부지원금도 받고 있어 높은 수준의 공익·공공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마사회는 이러한 면에서 떳떳하지 못하다. 역대 회장들만 돌아봐도 마사회에서 벌어진 시대착오적 부패의 꼬리가 드러난다. 일단 회장직을 거쳐 간 35명. 현 회장인 김낙순 회장을 포함하면 36명 중 단 1명을 제외하면 모두 정치권 또는 고위 공무원 ‘보은인사’다. 소위 ‘관피아’·‘정피아’의 집합소로 불릴 정도다. 내부 승진으로 회장이 된 1명은 박창정 전 회장뿐이다.

심지어 이들 대부분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켜 마사회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윤영호 전 마사회장(2000년~2003년 재임)은 시설물 관리용역업체로부터 정기적으로 금품을 상납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 형을 받은 바 있다. 유일하게 내부 승진한 사례인 박창정 전 회장(30대) 역시 부회장 시절 윤 전 회장과 공범 사실이 드러나면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형을 받았다.

이후 정치인 출신인 이우재 전 회장(31대)이 2005년 취임했다. 그는 재임 기간 중인 2007년 교통사고 사망사건에 연루된 바 있다. 이어 32대 회장으로 선임된 김광원 전 의원은 임기 중 화상경마장건설과 관련해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다. 또 해외 목장 건설, 장외발매소 개설 등 대규모 사업을 막무가내로 추진, 노조마저 퇴진 운동을 벌일 정도로 비난 속에 물러났다.

이명박 정부 시절 상위 기관인 농림축산시품부 장관을 지낸 장태평 전 회장(33대)은 무능함이 드러나면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했다. 그는 임기 중 비영리 겸직 활동을 한 것은 물론 과천경마장 내 대규모 승부 조작 사건을 단속하지 못하는 등 조직관리에 실패해 2013년 조기사퇴했다.

현명관 전 회장(34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힌 인물이자 첫 기업인 출신 회장이었다. 현 전 회장은 삼성물산 회장을 지낸 만큼 마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700억원을 쏟아부은 골칫덩이 ‘위니월드’를 탄생시키는 오점을 남겼다. 무엇보다 최순실 사태에 연루되면서 마사회의 이미지마저 실추시켰다.

최순실 사태로 추락한 마사회 이미지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서도 신임 회장은 농총진흥청장 출신인 이양호 전 회장이 됐다. 황교안 전 대통령권한대행이 임명한 그는 조직을 추스르기보다는 지난 6월 지방선거에 더 관심이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또 임기 중 부산경남의 마필관리사 사태가 발생, 노동계와 갈등을 빚었다.

여기에 현명관 전 회장과 이양호 전 회장은 1만여명에 달하는 계약직 근로자 등에게 시간외수당을 미지급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14년 11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마사회가 이들에게 시간외수당을 미지급한 것을 포착,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 = 뉴시스

◆말산업 무관, 김낙순 회장…문재인 대통령 믿음에 화답해야 
 
이처럼 역대 회장 대부분이 도덕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따라서 '청렴'을 강조한 문재인 정부의 마사회는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이양호 전 회장이 물러나고 마사회의 키를 잡은 김낙순 회장 역시 낙하산이다. 17대 국회의원 출신인 김낙순 회장은 사실상 말산업과는 무관한 인물이다.

심지어 2005년 열린우리당에 몸담고 있을 당시 서울 양천구 일대 한 횟집에서 음주 폭행을 한 혐의로 국회윤리위에 제소된 바 있다. 또 김낙순 회장은 의원 시절 자신의 부하 여직원을 한 건설사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24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하고 양천구의원들을 양천포럼 회원으로 가입시켜 회비 4600만원을 챙긴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다.

김낙순 현 회장 체제의 마사회가 혁신을 이뤄낼지 우려의 시각이 쏟아지는 이유다.

취임 일성만 봐도 역대 회장들과 다를 바 없다. 김낙순 회장은 “국민에게 한국마사회가 하는 일을 떳떳하게 말할 수 있도록 혁신이 필요하다”며 “변화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의 변화를 예고하는 훌륭한 취임사지만, 앞서 불명예 퇴진한 회장들과 같은 내용이다.

전임인 이양호 전 회장은 “마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현명관 전 회장은 “여러분에게 월급 주는 사람은 고객이다. 고객이 경마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출근하여 직장에서 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각 부서는 획기적인 고객 서비스 개선 계획을 세워달라”고 당부했다.

장태평 전 회장도 “경영 마인드를 가진 마사회, 국민이 아끼고 사랑하는 경마”를 강조했다. 김광원 전 회장 역시 개혁을 강조하며 “취임과 동시에 마사회 사업구조를 고치겠다”고 했다. 그는 “마사회를 ‘말산업을 선도하는 일류기업’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재 전 의원도 마찬가지다. 그는 “그동안 상당수 마사회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할 정도로 ‘마사회=부패 공기업’이란 부정적 이미지가 있었다”며 “임기동안 노동조합을 비롯한 전직원과 함께 경마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반부패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마사회법 제1조에는 마사회 설립 목적이 담겨있다. 경마의 공정한 시행과 말산업 육성은 물론 국민의 복지 증진과 여가선용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됐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정치권의 보은처로 마사회를 활용하라 문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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