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추천이사제와 키코·삼성바이오 쟁점서 견해차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오른쪽)이 지난 5월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에서 첫 면담을 하기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9일 발표한 ‘금융감독혁신 과제’가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의 입장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두 기관 사이에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윤 원장은 지난 9일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하고 5개 부문 17개에 걸쳐 ‘금융감독 혁신과제’를 발표했다. 윤 원장의 혁신과제는 금융회사 감독강화를 토대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달성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금융위와 가장 큰 입장차를 보이는 것은 근로자추천 이사제다. 근로자추천 이사제는 근로자 추천 인사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제도로 윤 원장이 금융행정혁신위원장으로 있을 때 도입을 권고한 내용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경영권 침해와 타당성 논란을 이유로 권고안을 보류한 바 있다.

윤 원장은 근로자추천 이사제를 재차 언급하면서 지난해 12월 내놓았던 권고안 때와 달리 금융위와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도 기울였다. 노동자가 직접 이사로 참여하는 ‘노동이사제’에서 근로자가 추천한 인사가 이사가 되는 ‘근로자추천 이사제’로 한발 물러섰고, 공청회를 통해 ‘사회적 의견 수렴’에 나서겠다는 밝힌 것도 금융위와의 입장차를 좁히려는 의지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윤 원장이 이미 금융위가 난색을 보인 노동이사제를 ‘근로자추천 이사제’로 바꿔 다시 수면으로 끌어올린 것은 이를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키코(KIKO) 문제를 다시 언급한 것도 금융위와 갈등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으로 이에 가입했던 중소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윤 원장은 금융행정혁신위원장 시절 금융위에 키코 사태 전면 재조사를 권고했었지만, 당시 최 위원장은 “관련한 검찰수사가 있었고 대법원판결이 다 끝났다”며 “전면 재조사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윤 원장은 중소기업들이 큰 피해를 본 만큼 이번 혁신과제에서 사실관계 등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를 통한 분쟁조정 신청(5개사) 처리를 위해 분쟁조정국·검사국 합동 전담반을 설치·운영하고, 공정한 분쟁처리를 위해 필요 시 현장검사를 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문제와 관련해서도 금융위와 금감원 간 인식차가 드러났다. 윤 원장은 증권선물위원회의 감리조치안 수정 요구에 대해 ‘원안 고수’를 천명했다. 직·간접적 접촉을 통해 절충안을 마련하고자 했던 금융위의 입장을 윤 원장이 재차 반박한 것이다.

금감원이 제시한 방대한 금융감독혁신과제 자료의 범위를 두고서는 금융위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의 지휘·통제를 받는 금감원이 상당 부분 월권행위를 범한 면도 있다”며 “금감원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시행이 될 것이고 그 외 부분에 대해서는 금융위와 협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 밝혔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장의 향후 정책과 혁신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금융위와 협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큰 갈등 없이 긴밀히 협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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