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해결' 위한 정부 노력에 반하는 출산·혼인신고 연기 권유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대신증권이 최근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저출산 대책’을 역행하는 정보를 제공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 6월 29일 공식 블로그에 ‘내집마련 꿈꾼다면 혼인신고도 전략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혼인신고와 출산을 미루라는 취지의 편법을 권유하고 국내법상 혼인신고를 하지 않으면 부부로 인정하지 않는 사실혼을 부추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28일 ‘제2차 장기 주거종합계획(2013~2022) 수정계획’과 ‘2018년 주거종합계획’에서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확대했다.

기존 1자녀(태아 포함) 이상에서 자녀가 없어도 특별공급이 가능하도록 개선했지만 공급순위가 유자녀의 경우 1순위, 무자녀의 경우 2순위로 지정됐다.

대신증권은 해당 게시물을 통해 “과거에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공략하려면 혼인기간이 짧고 자녀가 많을수록 유리했지만, 주거종합계획이 이처럼 바뀌면서 혼인기간 7년을 최대한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이어 “최근에는 혼인기간 7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아내가 임신한 이후 혼인신고를 하는 부부들도 적지 않다”며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태아도 자녀수에 포함되기 때문에 자녀 없는 신혼부부보다 유리하다”고 강조하며 정부 정책을 편법으로 이용하도록 권유했다.

대신증권은 첫째 아이를 낳은 후에도 7년의 시간이 더 남아있어 둘째를 낳고도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도전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정부지원 담보대출 신청을 위해서도 혼인신고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신혼부부들이 고려하는 정부지원 담보대출 상품은 크게 디딤돌대출과 보금자리론으로 두 상품모두 부부합산 소득 6000만~7000만원 이하여야만 신청할 수 있다.

대신증권은 “디딤돌대출의 경우, 만 30세 이상이면서 무주택자인 경우 신청이 가능하다”며 “두 사람 중 한 사람이라도 유주택자라면 혼인신고와 동시에 나머지 배우자도 유주택자가 되므로 혼인신고 전에 무주택자인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출을 신청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만약 부부 합산소득이 6000만원~7000만원 이하인 부부라면 혼인신고 후에도 크게 달라질 상황이 없으므로 담보대출 때문에 혼인신고를 미루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대신증권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혼인신고’와 ‘출산’을 미루라는 편법을 권유하면서 현 정부의 정책에 반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고자 신혼부부에게 특혜를 제공한 취지를 무색케 만드는 정보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대신증권 게시글을 공유한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 <사진=김현아 의원 페이스북>

대신증권의 ‘편법’ 정보 제공은 정치권으로도 파장이 이어졌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내용을 공유하면서 “정부의 신혼부부 주택에 청약하려고 혼인신고를 미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웃기지만 한편으로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아니 오히려 울고 싶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은 해당 글이 논란이 되자 현재 게시글을 비공개로 전환한 상태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해당 글은 회사의 주장을 담은 것이 아니라 시중에 나와 있는 정보들을 정리해서 올린 것”이라며 “다만 오해의 소지가 있어 비공개로 전환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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