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공장 내부 / 사진 = 뉴시스

[월요신문=김덕호 기자] 미국에서 시작된 철강 무역장벽이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우리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제강사들의 '철근담함' 행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1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연 평균 382만7000여톤의 물량을 소화하던 미국이 연간 수입 물량을 267만9000여톤으로 줄였다. 즉 국내 철강사들은 현재 생산량 유지를 위해 114만8000여톤에 대한 신규 수요를 발굴해야 한다. 

미국의 대안이 될 나라가 필요한데 철강 최대 수출국인 중국과 일본에서도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우리 업체들은 EU, 캐나다, 인도네시아, 태국 등으로 수출 물량을 늘리고 있지만 해당국들의 저항도 크다.

미국으로 수출되던 물량의 대규모 유입이 우려되는 유럽과 캐나다, 일본, 인도네시아는 즉각 반응했다.

EU는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주요 철강 수출국인 일본 역시 한국산 철강제품 일부에 반덤핑 관세 부과 방침을 세웠다.

EU의 경우 월 평균 30만톤의 한국산 철강재가 수출되고 있다. 그러나 이르면 오는 19일부터 수입산 철강재에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일정 수준을 넘는 물량에 대해 관세 25%를 추가로 부과한다는 안이다. 

관세부과 대상에는 냉연강판, 열연후판, 전기강판, 도금강판, 대구경강관 등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이 포함되어 있어 우리나라 기업들이 타깃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크다.

EU에 이어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 주요 철강 수요국 역시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보호무역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업체들의 판로 다변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철강 수출량은 크게 줄었다. 지난 1~5월 국내업체들의 누적 철강 수출량은 전년동기 대비 18.8% 줄어든 119만8054톤에 불과했다.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제조원가에 치명정인 전기료 인상 조짐이 일고 있다. 철강업의 경우 대부분 업체가 가공 설비를 전기로 운영하고 있다. 2015년 기준 현대제철은 전기요금으로 1조1605억원을 지불했다. 지난해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이 1조3000억원 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포스코도 8267억원(70% 자가발전), 동국제강 2420억원의 전기료를 냈다.

전기료 부담은 특히 현대제철, 동국제강, 대한제강, 한국철강, YK스틸, 환영철강공업, 한국제강 등 전기로 운영회사들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이외에도 세아제강, 휴스틸, 동양철관 등 강관사들 역시 제조설비의 대부분을 전기로 운영하고 있어 경영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전기료는 철강제품 생산비용 중 원자재에 이어 2~3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쿼터제 적용으로 미국으로의 수출이 줄어들었고, 이에 타 해외 시장에서 중국·일본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인데 가격 경쟁력을 잃을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철강업계의 숨통을 조여오는 또 한가지는 철근 담합이다. 이르면 이번주 내에 현대제철 등 7개 철강사의 철근가격 담합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해당 기업은 현대제철, 동국제강, 대한제강, 한국철강, YK스틸, 환영철강공업, 한국제강 등이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건설용 철근 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받는 이 기업들은 이번달로 1년 8개월 째 조사를 받고 있다.

조사 대상 기간이 6년에 달하는데다 이 기간 각 제강사들이 벌어들인 철근 매출액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낼 수 있어 부담해야할 과징금 액수에 관심이 집중된다.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현대제철의 경우 과징금 규모만 최대 6000억~1조원에 달할 수 있다.

조사에 대해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중재로 이뤄진 철근 기준가격 협상에 대해 공정위가 문제삼는 것은 부당하다"며 "철근의 경우 유통마진이 적고, 업체별 제조원가 차이가 있어 담합이 불가한 품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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