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빅3 생보사 배당과 비교하면 1.5배 수준

<사진=푸르덴셜생명>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우리나라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지난해 벌어들인 돈 가운데 3분의 1 이상을 배당금으로 푼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배당금은 대부분 해외에 있는 본사로 흘러가게 되는데, 이런 식으로 최근 5년 동안에만 1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이 국내에서 빠져나갔다. 이들은 이익금의 대부분을 본국에 보내면서도 국내 사회공헌 활동 등에는 인색한 모습을 보였다.

외국계 생보사들의 높은 배당 문제는 그간 꾸준히 지적되어 온 것이다. 외국계 생보사들은 과거부터 수차례 고액 배당을 실시해 본사로 송금했음에도 고용 창출 등 국내 재투자에 인색하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 간 조사 대상 외국계 생보사들의 최대주주 대상 배당금 규모는 총 9736억원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3년 1055억원 ▲2014년 1450억원 ▲2015년 2350억원 ▲2016년 2293억원 ▲2017년 2747억원이었다. 합산하면 5년 간 1조원에 달하는 현금이 해외로 유출된 것이다.

본사 송금은 통상 이익금과 전산 이용료 등 위탁수수료, 광고비 등 본점 경비, 상표 이용료, 자문수수료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이해할 수 없는 명목으로 본국에 돈을 보낸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국부 유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계 생보사 가운데 지난해 실적에 대한 현금 배당을 실시한 곳은 라이나·동양·푸르덴셜·메트라이프·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 총 5곳이었다.

이들의 지난해 배당 성향은 평균 36.3%를 기록했다. 배당 성향은 회사가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의 비율을 의미한다. 같은 기간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토종 빅3 생보사들의 배당 성향이 21.6%였던 것과 비교하면 1.5배 넘게 높은 수준이다.

해당 외국계 생보사들은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벌어들인 9260억원의 당기순이익 중 2747억원을 배당했다. 특히 푸르덴셜생명은 1년 동안 국내에서 1100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두고도, 5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본사에 배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을 제외하고 ▲2012년 1100억원 ▲2013년 650억원 ▲2014년 700억원 ▲2015년 700억원 ▲2017년 500억원으로 5년 동안 본사에 송금한 금액은 3000억원이 넘는다.

푸르덴셜 외에도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이 194억원의 당기순이익 가운데 70.1%인 136억원을 현금 배당했다. ▲라이나생명 37.3%(배당금 1200억원) ▲동양생명 29.5%(배당금 561억원) ▲메트라이프생명 16.0%(350억원)의 배당금이 집행됐다.

금융당국은 수년 전부터 보험사들을 향해 과도한 배당을 억제하고 이익의 내부유보를 늘리라고 권고하고 있다. 배당이 늘어날수록 각종 충당금이나 자기자본으로 활용할 사내유보금이 감소하면서 건전성 유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부유출이라는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금융권 전반에서 외국계 금융사의 약탈적 본사 송금이 끊이질 않고 있다”며 ”무분별한 본사 송금을 막기 위해 이익의 일정 부분을 국내에 재투자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2021년 새롭게 도입될 IFRS17 이슈로 인해 보험사들의 배당 확대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외국계 생보사들이 상대적으로 RBC비율이 높은 편이라고는 하지만 계속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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