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현대자동차 노조를 포함한 전국금속노동조합 조합원들의 집회가 열렸다. / 사진 = 월요신문

[월요신문=김덕호 기자] 현대자동차 본사가 전국금속노동조합 총 파업의 중심에 섰다. 13일 오전 11시부터 현대자동차 양재 사옥 앞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언뜻 보기에도 수백명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경찰들이 방탄모와 방패를 들고 자리를 채웠고, 사옥 앞에는 얇은 바리케이트가 쳐 졌다. 헌릉로 하행선은 차량 진입이 전면 통제됐다. 

오후 3시 40분이 지나자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를 시작으로 현대제철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부, 현대중공업지부 등 '범 현대가(家)' 3개 노조를 비롯해 포한지부, 세진지부 등 수많은 금속노조 관계자들이 집결을 시작했다. 금속노조측이 전날 밝힌 집회 참가 예상인원은 약 3만여명이다.

이들은 오후4시 현대자동차 사장에게 면담을 통보한 바 있다며 사장과의 대면 대화를 요구했고, 경찰과의 대치를 시작했다. 오후 5시30분 현재에는 길어진 대치 시간을 참지 못한 채 경찰의 방패와 보호구를 뺏고, 경찰 병력의 해산을 시도중에 있다.

현대차 노조가 본사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 병력해산을 시도하고 있다. / 사진 = 월요신문

◆하후상박 현대자동차 노조, 진의는

현대자동차 사옥 앞에 모인 이유는 현재 파업에 돌입한 자동차 업체 중 금속노조의 교섭권이 있는 유일한 업체여서다.

재계2위의 그룹인데다 노조의 규모도 가장 커 노동쟁의에서 승리할 경우 노동계에서 상징적인 움직임으로 보여질 수 있다.

이들은 재벌개혁, 적폐청산 등을 파업의 기치로 내 걸고 있지만 가장 전면에 내세운 명분은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하후상박(下厚上薄)' 임금체계 도입이다. 노동자와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임금을 높이고, 상부구조 인원들의 임금은 내리자는 취지다.

다만 이들이 말하는 '하후상박' 논리는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요구되고 있어 설득력이 약하다.

올해 금속노조는 가입 노조원들의 임금인상 요구안을 7.4%로 정했다. 다만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등 자동차 제조사에 대해서만 임금 인상안을 5.3%로 책정했다. 대신 차액 2.1%에 해당하는 금액을 중소 협력사 근로자들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리는 데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 안을 들여다 보면 정규직들은 현재의 기본급 대비 5.3%인상된 11만6276원(호봉승급분 제외)을 더 받고, 협력사와 비정규직들은 기본급의 2.1%에 해당하는 인당 3만470원만 더 받게하면 된다.

여기에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조건 없는 정년 60세 적용, 해고자 복직, 고소·고발 철회 등도 함께 요구하는 등 적지않은 부담거리도 함께 제시했다.

이에 대해 사측이 기본급 3만5,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200%+100만원 지급 등을 제시하자 대화와 협상 불가를 외치며 파업에 나선 것이다.

현대자동차 본사 입장에서는 다소 답답할 수 있다. 노조가 제시한 요구안 자체가 노사의 임단협을 통해 나온것이 아니다. 금속노조에서 결정된 부분인데다 협력사 인원들의 임금 상승분을 현대차가 부담하라는 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 현대重, 일감 없어도 사측은 고용 계속 해야

이날 집회에는 현대중공업 노조도 참여했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요구안은 임금협상을 비롯해 희망퇴직 중단, 해양사업부 가동중단 등 구조조정 현안이다.

오는 8월부터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의 일시 가동 중단이 이뤄지는 데 이에 따라 발생되는 유휴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회사측에 따르면 오는 8월부터 생겨나는 유휴인력은 약 2600여명이다.

희망퇴직등 인력 구조조정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노사 양측의 의견충돌이 크다.

여기에 기본급 14만6746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과 성과급 최소 250% 지급, 자기계발비 10시간 추가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측은 임금 동결, 경영 정상화시까지 기본급 20% 반납 요구안을 제시하며 맞서자 노조가 파업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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