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마케팅 비용 대비 직접적인 매출은 '글쎄'"

사진=오비맥주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4캔에 만원’ 공식이 굳어졌을 정도로 수입맥주가 국내 맥주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월드컵 특수로 반전을 노려보려던 오비맥주(사장 고동우)가 예상보다 빠르게 식어버린 월드컵 열기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월드컵 기간 동안 대규모 거리응원전 및 AOMG와 공동음원 제작 등 다양한 부분에서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카스(Cass)의 직접적인 매출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는 것.

특히나 지난 1월1일자로 공식 취임한 고동우(본명 브루노 코센티노) 오비맥주 사장이 직접 나서 홍보하고 나설 정도로 월드컵 특수에 있어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독일전 우승이 ‘뒤집어버려’의 마케팅 성과라 말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오비맥주가 생산·유통 중인 카스는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공식 후원사에 이름을 올리고, 국내 맥주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2018 러시아 월드컵’의 명칭을 사용해 카스 홍보에 열을 올렸다.

고동우 사장이 기자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젊음의 역동성과 도전정신을 강조해 온 카스만의 특성과 강점을 살려 한국 축구대표팀의 승리와 선전을 기원하는 응원 캠페인에 집중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인 것을 시작으로 월드컵 기간 각종 마케팅을 펼친 것.

우선적으로 이들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마케팅의 슬로건을 ‘뒤집어버려’로 정하고 해당 메시지를 담은 ‘카스 후레쉬 월드컵 스페셜 패키지’를 선보였다. ‘뒤집어버려’라는 주제에 맞게 카스 로고의 상하를 거꾸로 배치한 것은 물론, 제품 상단에 2018 러시아 월드컵 공식 로고를 배치함으로써 ‘월드컵 맥주=카스’라는 공식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이들은 월드컵 기간에 맞춰 국산 맥주 최초로 740ml 대용량 캔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과세를 피해가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업계의 비판을 감내하면서도 이번 월드컵 특수를 누리기 위해 해외에서 국산 맥주를 역수입하는 모험까지 펼쳤다.

사진=오비맥주

이와 함께 ‘오 필승 코리아’를 이을 또 하나의 월드컵 응원가를 만들고자 힙합 레이블 AOMG와 함께 러시아 월드컵 마케팅 캠페인의 일환인 ‘뒤집어버려’ 음원을 공동 제작하기도 했다. 해당 음원의 경우 대표적인 힙합 아티스트인 박재범을 비롯해 사이먼 도미닉, 그레이, 로꼬가 공동으로 제작에 참여했으며, Sing J. Lee 감독이 뮤직비디오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됐다.

더불어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안정환을 비롯해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 전 감독 등을 광고 모델로 기용해 제작한 TV 광고도 활발하게 펼쳤다.

또한 이들은 공식 후원사인 현대자동차와 코카콜라, 아디다스와 협업해 대한민국 대표팀 경기 일정에 맞춰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앞 영동대로 일대에서 대규모 거리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특히나 ‘뒤집어버려’를 제작한 AOMG 소속 아티스트 등 인기 연예인이 참여하는 공연 무대는 물론, 브랜드 홍보를 위한 다양한 사전 행사 자리를 마련했다. 대한민국 경기가 열리지 않는 날에도 ‘뒤집어바(Bar)’와 스크린 축구 게임, 포토월 인증샷 이벤트 등을 펼치는 상시 부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처럼 막대한 광고비와 마케팅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업계에서는 “지출 비용 대비 직접적인 매출로 이어지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브랜드 이미지 강화 등에 있어서는 영향을 미쳤을지 모르지만, 예전만 못한 국민들의 월드컵에 대한 관심과 과거에 비해 대체 상품이 많아졌다는 점 등이 제약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극적인 독일전 우승으로 인해 ‘뒤집어버려’의 마케팅이 빛을 봤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독일전 우승과 동시에 16강 진출도 실패한 상황이라 월드컵 열기가 오래가지는 못했다”며 “투자한 비용에 대비해 이들이 마케팅 효과를 적극적으로 누릴 수 있는 시간은 너무 짧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독일전 승리로 인해 겨우 마케팅 효과를 누렸을 뿐, 그렇지 못했다면 과연 얼마나 큰 마케팅 성과를 기록했을지는 미지수”라며 “특히나 매출로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오히려 다른 브랜드나 제품이 반사이익을 누린 부분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사실 오비맥주 측에서도 매출에 있어 큰 신장을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하며 “월드컵 공식 후원사라는 타이틀 아래 할 수 있는 마케팅은 모두 펼쳤지만 사실상 매출로 연결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사진=오비맥주

그러나 오비맥주 측은 이와 관련해 조금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내부적으로는 “충분한 성과를 이뤘다”고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이번 월드컵 기간 ‘뒤집어버려’를 앞세웠지만 사실 카스는 평소에도 브랜드 이미지로 ‘변화’와 ‘도전’, ‘혁신’ 등을 강조해왔다”며 “기존의 이미지와 이번 슬로건이 맞물리며 브랜드 자체에 있어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일으킨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16강에 진출하는 등 대표팀이 좋은 성과를 이뤘다면 분명 더 큰 효과가 있었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지 못했더라도 결과 부분에 있어서는 사전에 모두 고려된 바 있다”며 “매출이라는 것은 날씨나 이슈 등 다양한 부분에서 맞물려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마케팅 효과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밖에도 “월드컵 패키지로 제작했던 물량이 대부분 소진된 상태이며, 30만 박스(15캔 입) 정도의 물량으로 수입된 740ml 대용량 캔 제품 역시 대부분 팔렸기 때문에 매출 성과가 낮다고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대표팀의 독일전 우승으로 인해 그간 ‘할 수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꾸준하게 전한 카스의 브랜드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강화됐다는 점을 가장 큰 성과로 두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당초 오비맥주가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수요 예측 실패로 인한 재고 관리와 이로 인한 품질 논란을 겪었던 바 있던 만큼 2018년도 목표 판매치를 낮췄을 수도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앞서 오비맥주는 브라질 월드컵 이후 판매된 카스 제품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속출하며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이는 월드컵 특수를 예상하고 생산량을 늘렸지만 판매 부진을 겪은 카스의 보관·유통상의 과정에서 ‘산화취’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산화취’는 맥주가 직사광선이나 열기에 노출될 경우 맥주의 향이나 색깔이 변하는 현상이다. 인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시 이로 인해 매출 감소 및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받았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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