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인상된 8350원으로 결정된 것을 두고, ‘최저임금 만원’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여야는 이를 두고 치열하게 갈등을 벌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이룬다는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에서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히며, "최저임금위는 우리 경제의 대내외 여건과 고용 상황,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어려운 사정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처한 현실을 고려하고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여 어렵게 결정을 내렸다"고 사과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한편으로 최저임금위는 작년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이어 올해에도 두자리수의 인상률을 결정함으로써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의지를 이어줬다"며 "정부는 가능한 조기에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그러나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가 기계적 목표일 수는 없으며 정부의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높여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동시에 가계소득을 높여 내수를 살리고 경제를 성장시켜 일자리의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한편, 최저임금 상승에 대해 여야는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저임금에 민감한 편의점 주 및 업종의 고통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 문제는 을과 을, 을과 병의 갈등으로 몰아가서는 해결 할 수도, 해결 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최저임금 보장은 노동자의 생존권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핵심정책으로 어느 일방의 희생을 강요할 수 없는 것이다”며 “최저임금이 부담스러운 소상공인들을 위해 기존의 계획과 지원방안을 보다 세밀하게 보완하고 정비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은 소상공인들을 위해 카드수수료 제도 보완과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민생입법 처리에 최우선으로 매진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이나 일자리 감소가 우려되는 청년층ㆍ노년층 등에 대한 보호ㆍ지원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중소 상공인ㆍ서민층의 실질소득 증가를 위한 정부의 효과적인 정책수단 활용과 국회의 입법 및 예산을 통한 지원 대책이 급선무라는 의미다.

더 나아가 민주당은 상가임대차보호법, 가맹사업법 등 영세 자영업자 보호와 관련돼 국회에 계류된 법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근로장려세제(EITC) 지급 범위ㆍ액수 확대, 자영업자들의 일자리안정자금 이용 확대 방안 마련 등도 보완책으로 구상중이다.

이에 반해 홍지만 자한당 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억지로 추진하다보니 나라가 골병에 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홍 대변인은 “중소기업의 42%가 영업이익을 못 내고, 소상공인 월 평균 이익이 근로자 평균 급여의 60% 선이며, 생산성은 4% 올랐는데 최저임금은 5배가 넘는 29%가 인상됐다”며, “이번 최저임금인상 조치를 백지화하고 처음부터 다시 논의 하도록 조치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이미 올해 최저임금이 인상돼서 시장의 역습으로 인한 부작용이 여전하다”며, “저소득층 일자리가 오히려 감소하는 결과가 통계로 나타나고, 취업 증가자 수는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의) 이상적인 폭은 고용주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나 혈세가 투입되지 않는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턱없이 낮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 회의를 통해 “산입범위 확대는 최저임금 1만원을 전제로 진행됐던 것”이라며 “결국 부족한 인상액과 산입범위 확대가 이중으로 최저임금을 깎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야당의 반발에 대안 없는 비판은 자제해줄 것을 촉구했다.

강병원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최저임금 1만원은 지난 대선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다수의 후보가 내세웠던 공약”이라며 “다함께 잘사는 경제를 만들어야 할 시점에 맹목적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지금 공정경제, 혁신경제, 소득주도성장의 묘목을 심고 있는 것”이라며 “대안 없는 비판은 갓 심은 묘목을 뿌리째 뽑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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