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신설…책임성·투명성 강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국민연금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 공청회'가 열렸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가 오랜 논의 끝에 도입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큰 저택의 집안일을 맡은 집사(Steward)처럼 기관투자자들이 고객과 수탁자가 맡긴 돈을 자기 돈처럼 여기고 최선을 다해서 관리, 운용해야 한다는 지침이다.

국민이 낸 연금으로 운용되는 막대한 자산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장치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였다.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신설하여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고용 수준이 불안하고, 총수 중심의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에는 투자를 제한할 방침이다.

이들은 투자할 회사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기업의 경우 투자를 제한하거나 배제하는 검토의견을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 제시한다.

국민연금을 관리하는 보건복지부는 17일 오후 2시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복지부는 주주권 활동 범위와 절차 등을 골자로 한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의 안정적인 도입과 충실한 이행을 위해 7개 원칙을 제시했다.

이번에 발표한 원칙은 수탁자 책임 정책 제정·공개를 비롯해 ▲이해상충 방지 정책 제정·공개 ▲투자대상회사 주기적 점검 ▲수탁자 책임 활동지침 마련 및 주주활동 수행 ▲의결권정책 제정·공개, 행사내역 및 사유 공개 ▲의결권정책 및 수탁자 책임이행 활동 주기적 보고 ▲수탁자 책임의 효과적 이행을 위한 역량과 전문성 확보 등이다.

국민연금은 7개 원칙을 토대로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다는 입장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의결권전문위 논의를 통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 및 관련 규정・지침 제・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방안 마련 후에는 이해관계자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반영해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종합 논의 및 의결할 계획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배경의 핵심인 기금 운용의 독립성 강화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새로 설치해 구현하도록 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정치·경제 권력으로부터 국민연금을 보호하고 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수탁자책임위원회는 기금 운용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의 비상설 기구다.

보건복지부는 기존의 의결권전문위원회가 책임투자나 주주권 행사 관련 사안을 논의하는 데 한계가 있어 새로운 논의기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시장 영향 등을 고려해 의결권, 배당을 중심으로 소극적 주주권을 행사해 왔으나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등 시장영향력 확대로 매수와 매도를 통한 운용 폭이 제한되고 초과수익 창출과 장기 수익성 제고에 한계가 있어 새로운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를 위해 기금운용위원회 소속 기관과 단체가 추천하는 민간 전문가 14명이 수탁자책임위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수탁자책임위는 다시 주주권행사 분과위(9인 이내)와 책임투자(5인 이내) 분과위로 나뉘어 활동하게 된다.

관심이 모인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선 경영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만 행사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이에 따라 주주제안을 통한 이사나 감사후보 추천 같은 적극적 주주권 행사는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최경일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 과장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기업가치·주주가치 훼손 우려 기업과 문제해결을 위한 생산적인 대화 등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어 기금의 장기수익 제고, 기금자산 보호에 기여할 것”이며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해 각계 의견을 수렴 반영하고,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는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과도한 기업 경영간섭 우려에 대해서는 “스튜어드십 코드에서 정한 원칙, 기준 등에 따라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투명한 절차에 의해 운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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