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범죄’ 행위임에도 솜방망이 처벌만 이어져

서울 삼성동 새마을금고중앙회 전경. <사진=새마을금고중앙회>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경북 구미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차명계좌’ 사용과 ‘공금횡령’ 의혹이 나와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실시한 자체감사에서 A 새마을금고 전 이사장이 수억 원대의 공금을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A 새마을금고는 지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회원공제모집 포상금과 관련 상품 판매 포상금 등 약 2억원을 새마을금고 계좌가 아닌 직원 박모 씨 남편명의 차명계좌로 관리해 온 사실이 적발됐다.

사건이 적발된 뒤 징계를 받은 한 직원은 “이사장이나 전무 등이 개인용도로 사용한 게 아닌 그간 직원들 연수비용이나 회식비 등에 사용했다”며 “포상금 사용 지침이 없어 쉽게 생각했지만 사적으로 횡령한 부분은 없다”고 해명했다.

A 새마을금고 전임 이사장 B씨는 “금고 포상금과 관련해서는 실무자들이 직접 관리했기 때문에 그런 사실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며 “관리 파악이 늦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횡령을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A 새마을금고 측도 “포상금을 보관 및 분실 우려 때문에 통장을 만들어 관리하자는 단순 취지에서 직원 남편 명의로 계좌를 만들었다”며 “비자금으로 사용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금융실명거래법 위반에 대한 금융권 징계 세칙을 보면 차명계좌를 만든 행위자는 정직 이상 중징계를 내리게 되는데 새마을금고는 이를 주도한 임직원 2명에 대해 3개월 감봉 처분만 내렸다. ‘제 식구 감싸기’,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비난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새마을금고의 ‘차명계좌’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수원의 모 새마을금고에서 이사장 C씨가 차명계좌 23개를 만들어 물의를 일으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 강북의 모 새마을금고 이사장 D씨는 2006년~2010년에 걸쳐 차명계좌를 무려 69개나 개설한 사실이 행안부와 금융감독원의 합동조사에서 드러났다.

이사장 C씨는 ‘경고’ 수준의 경징계 처분을 받았고, 이사장 D씨는 비교적 중징계에 해당하는 정직 2개월을 받고도 불과 여섯 달 만에 이사장 선거에 다시 나와 당선됐다. 새마을금고법 상 임원 결격 사유에 해당되는 자가 이사장직을 연임하는 것을 통해 일각에서는 새마을금고 내부관리 시스템에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3월 제17대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된 박차훈 회장은 취임사에서 “55년 동안 쌓아온 고객 믿음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금융협동조합으로 책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지역 새마을금고 이사장들의 연이은 각종 비리와 논란이 이어지면서 박 회장의 포부와는 반대로 55년 간 쌓아온 ‘공든탑’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닌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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