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가, 고액 강의 교재 쏟아져…수험생들 ‘난감’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올 하반기 금융권 취업시장에서 은행권 채용필기 시험인 일명 ‘은행고시’가 10년 만에 부활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최근 은행연합회는 은행권 필기시험 도입 등의 내용이 담긴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은행이 채용 때 필기시험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이 골자다. 권고사항이지만 채용비리로 몸살을 앓은 은행들이 채용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대부분 필기시험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계속 필기시험을 진행해왔던 KB국민은행을 포함, 주요 시중은행들이 하반기 필기시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7∼12월) 시중은행의 채용이 본격화된 가운데 필기시험이 부활하면서 걱정이 앞서는 취준생들과 달리 학원가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은행고시’ 부활로 최대 수혜를 얻게 되는 것은 금융권도, 취준생도 아닌 학원가라는 소리가 나온다.

전국 학원가와 인터넷 강의 사이트 등에는 필기시험이 부활할 것이라는 발표가 나오자마자 은행권 취업 준비 강의가 쏟아지고 있다. 새로운 채용 방식에 맞닥뜨린 취업준비생들은 비용 부담을 감수하며 사교육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실제 한 인터넷 강의 사이트에는 은행별로 강의가 준비돼 있는데 수강료와 교재비를 더하면 한 강의당 10만원에 육박한다. 시중 5개 은행 시험을 준비한다면 50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해야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필기시험을 준비하는 은행과 취업준비생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지만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하반기 채용일정 탓에 학원가를 찾는 수험생이 늘고 있다.

은행권은 5월 마련한 ‘채용 절차 모범규준’에 따라 필기시험 도입을 확정했지만 은행들은 아직까지 정확한 필기시험 과목과 문제 수 등을 안내하지 않고 있어 수험생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용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위해 필기시험 실시가 결정됐다”며 “구체적인 출제범위와 문제 수준은 외부 전문기관에 맡겨놓은 상태라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필기시험이 채용당락을 결정하게 되는 만큼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난이도가 높아질 전망”이라며 “객관성과 공정성을 위한 좋은 취지이지만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올해 하반기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4대 시중은행의 신입 공채 채용규모는 2100명으로 전년 대비 30%가량 증가했다. 지방은행과 금융공기업 등도 전년보다 많은 인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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