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사내이사 산업은행 인사·총무팀장이 겸직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KDB산업은행 임직원 모임인 행우회에서 설립한 ‘두레비즈’가 거듭되는 특혜논란에 이어 이번엔 사내이사 ‘겸직’ 논란에 휩싸였다.

‘두레비즈’는 산은의 청소 및 시설관리를 맡고 있는 용역업체로 이 업체의 사내이사를 산은 소속 인사 및 총무팀장이 맡고 있어 ‘겸업금지’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이어 이 용역업체가 산은의 청소 및 시설관리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일감몰아주기’ 의혹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005년 만들어진 산업은행 행우회는 같은 해 지분 100%를 출자해 두레비즈라는 용역회사를 설립했다. 두레비즈가 설립되기 전까지 산업은행의 청소 및 시설관리는 외주를 줬으나 현재는 산은 행우회의 완전자회사 상태로 건물관리나 경비, 인력, 청소, 취사, 시설, 수위 용역 등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산업은행 임직원 모임인 행우회 규약에는 ‘산업은행 소속 인사 및 총무팀장이 두레비즈의 사내이사를 겸직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노조는 “행우회가 겸업금지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의 주장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행우회 회원은 ‘무보수 비상임 이사’로서 두레비즈의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며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37조(임직원의 겸직제한) 제 2항에 따라 비영리 목적으로 업무를 겸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산은 측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더욱 논란이 되는 것은 두레비즈가 일감몰아주기로 매년 국회에서 특혜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두레비즈는 산은과 총 103건의 계약 중 22건의 수의계약을 맺었다. 약 132억원 규모로 전체 계약액의 45.7%다. 건당 계약금액은 약 6억원. 다른 수의 계약의 3배다. 또 2008년부터 2017년 6월까지 맺은 두레비즈와의 누적계약액은 91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우회가 만든 회사가 경쟁 없는 수의계약을 따내다 보니 영세, 중소업체들의 입찰 기회조차 빼앗는다는 비판을 받으며 매번 국정감사 때마다 지적당해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국회에서 매년 지적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은 전혀 꺼림이 없다”면서 “위 같은 행태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 죄의식이 없는 것 아닌가 의심 된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세금으로 사업을 운용하는 국책은행 관리자가 다른 영리법인의 지위를 가지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하며 “무보수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본인들이 계약을 발생시키고 이에 따라 배당금을 받는 것은 결과적으로 개인 이득을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산업은행의 두레비즈 용역직원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노조원들이 자회사 전환 강행에 반발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두레비즈는 최근 들어 직원 정규직 전환과 관련 ‘자회사 전환(편입)’ 강행 의혹과 배당금 수령 의혹, 용역직원들에 대한 임금착취 논란 등 계속된 구설수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특히 두레비즈로부터 각종 노동 착취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하는 노동자들은 “청소미화직의 경우 하루 노동시간 중 3.5시간을 휴게시간으로 계산해서 무급처리 하기 때문에 실제 노동시간을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며 “시설관리직은 가산수당(연장·야간·휴일 수당 등)도 못 받은 채 야간당직 근무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두레비즈 청소노동자의 근로계약서를 보면 오전 6시 출근, 오후 4시 퇴근으로 돼 있다. 이 중 유급은 6.5시간뿐이다. 나머지 3.5시간은 ‘휴게시간’으로 분류돼 무급이다. 노조는 이런 구분이 편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대법원이 내렸던 판례들을 보면 “작업에 종사하지 않는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 시간이라 할지라도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고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놓여 있다면 근로시간”이라고 못 박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산업은행에서는 두레비즈 말고 새로운 자회사를 만들어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고 하는데, 이는 이름만 달라질 뿐 간접고용을 지속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며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으로서 직접 고용에 나서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두레비즈와 그 직원들 사이에 문제가 있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하면서도 “노조가 원하는 것을 전부 들어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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