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커졌지만 혁신은 ‘제자리’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오는 27일 출시 1년을 맞이한다. 카카오뱅크는 출범한지 1년 만에 이용자와 자산 규모에서 지방은행 수준으로 몸집을 불렸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카카오뱅크를 이용하는 고객은 총 628만명 수준이다. 지난달 경제활동인구가 2816만여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5명 중 1명은 카카오뱅크 이용자라고 볼 수 있다.

카카오뱅크 자산 규모 역시 지난 1분기 말 기준 7조9176억원으로 지방은행 수준으로 성장했다. 제주은행(5조6997억원)보다 큰 규모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1045억원을 기록했던 적자 규모도 1분기 53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카카오뱅크는 기존 보수적인 은행업계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24시간 어디서든 계좌를 만들 수 있고 서류 제출 없이 바로 대출도 되는 데 고객들은 열광했다. 공인인증서나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 등 각종 인증 장치를 최소화한 것도 호응을 얻었다.

수수료 측면에서도 기존 은행들과 차별화를 이뤘다. 카카오뱅크는 금융회사, 편의점, 지하철역 등에 설치된 모든 자동입출금기(ATM)에서 입출금·이체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해외송금 수수료는 5000달러까지 5000원만 받는다.

이렇듯 카카오뱅크는 출범 후 1년 만에 큰 성장을 이뤘지만 출범 당시 눈길을 끌었던 ‘파격 금리’와 ‘편리한 서비스’ 등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평가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카카오뱅크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4.19%로 연 3.79%부터 연 4.91% 범위 내에 있는 주요 시중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중 6개 은행 중 4개 은행(신한, 우리, 하나, 농협)이 카카오뱅크보다 낮은 평균금리를 기록했다. 게다가 주택담보대출과 사업자대출은 취급하지 않아 은행으로서 한계가 지적된다.

업계에 따르면 은산 분리 규제에 막혀 혁신을 주도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뒤따른다는 시각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도 “은산 분리 규제가 완화돼야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산 분리는 기업이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해놓은 제도다. 이에 따라 현행 은행법은 은행이 아닌 기업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4%로 제한하고 있어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한 기업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갖지 못해 운영이 어려워진다는 문제점을 갖는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대주주는 한국투자금융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IT기업이 큰 역할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은산 분리로 인해 규제를 받아 개입이 어려운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계정 연결, 대출 신청 등에서 잦은 오류가 발생해 고객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지적도 있다. 카카오뱅크의 사용자가 늘어나고 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오류 발생이 빈번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류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이용자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결국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신뢰성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출시 1주년을 맞은 카카오뱅크의 향후 과제는 초기에 주목받은 ‘파격적인 금리와 서비스’를 대체할 새로운 전략과 ‘서비스 안정화’를 꼽을 수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출범 당시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도 “인터넷은행의 등장으로 시중은행들도 모바일에 집중하면서 인터넷은행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모바일 편의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상품 구성을 다양화하고 고객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며 “이제는 간편함을 넘어 안정성에 더욱 신경을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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