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진에어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저가항공사(LCC) 진에어에 ‘면허취소’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진에어의 ‘공개 청문회’ 요청을 거부할 것으로 알려지며, 진에어는 사실상 여론의 도움을 받는 데 제약이 생겼다.

국토부는 앞서 진에어에 보낸 처분사전통지서에 ‘항공면허 취소’를 적시했다. 이를 근거로 항공 업계는 진에어 처분과 관련, 이미 면허취소로 가닥이 잡혀 있다는 시각이다.

26일 뉴시스에 따르면 국토부는 오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릴 진에어 청문회를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다음 달까지 3회에 걸쳐 진에어 관계자들을 불러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청문회는 진에어에 소명 기회를 주는 자리로서, 최정호 대표이사와 법률대리인 등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진에어는 지난 23일 “면허취소는 임직원의 생계는 물론 협력업체, 소액주주, 외국인투자자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청문 내용이 정확·투명하게 이해관계인과 국민들에게 공유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토부에 청문 공개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진에어에 따르면 아직 공식 서한이 오진 않았으나, 국토부 고위 관계자 등을 통해 결국 공개 청문회는 거부된 것으로 전해진다.

행정절차법 30조에 의하면 청문은 당사자가 공개를 신청하거나 청문 주재자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공개할 수 있다. 다만, 공익 또는 제3자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비공개 진행이 가능하다.

이번 청문회는 진에어가 입장을 소명하는 자리지만, 최종 처분이 바뀔 여지는 적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서류상 의견만으로 면허취소를 결정하기에는 회사 측에 소명 기회를 제대로 주지 않았다는 비판에 휩싸일 수 있어 ‘비공개’란 타이틀로 청문회를 실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욱이 국토부 행정에 오류를 인정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어 면허취소 처분을 번복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법적 쟁점 추가 검토와 청문, 이해관계자 의견청취 및 면허 자문회의 등 절차를 진행해 면허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것이 국토부 측 입장이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달 말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의 과거 등기이사 재직(2010년 3월~2016년 3월)과 관련, 청문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면허취소 여부 결정은 무엇보다도 사실관계 확인과 법령 위반여부 검토가 중요한 사항”이라며 “항공사업법령상 면허취소 여부 결정을 위해서는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청문 및 면허 자문회의를 거치도록 돼 있으므로 그 과정에서 근로자 고용대책 등도 면밀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아시아나항공에도 과거 외국인 등기임원이 재직(2004년 3월~2010년 3월)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국토부는 “2012년 7월까지 외국인 임원 재직 관련 제재 여부가 재량 행위였고, 2010년 그가 등기임원에서 제외돼 면허 결격사유가 해소됐다”며 “2014년에는 결격사유가 없는 상태로 변경 면허가 발급돼 면허취소가 어렵다”는 의문스런 답변을 내놨다.

현재로선 조 전 부사장도 진에어에 재직하지 않는 상태다. 변경 면허 발급만으로 아시아나에 면허 결격사유가 해소됐다는 국토부의 근시안적 판단에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규모 실직 위기에 놓인 진에어 직원들은 면허취소 반대를 위한 직원모임을 결성하고 공식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2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집회를 열고 “수천 명의 생계 수단을 한 방에 날려버릴 진에어 면허취소는 절대 안된다”며 면허취소를 위한 청문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직원모임은 “우리는 열심히 공부하고 경력을 쌓아서 진에어에 입사했고,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히 일을 한 것 말고는 잘못이 없다”며 “아시아나는 봐주고 진에어를 죽이려는 국토부의 행동은 권력을 앞세운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진에어 직원들은 아시아나에 내린 국토부의 잣대를 문제로, ‘형평성’을 지적하며 차후 집회 등을 예고한 상태다. 국토부가 주무부처로서의 관리 부실과 직원들 처우 문제, 그리고 시장에 불거질 향후 변수 등에도 진에어 면허취소 처리 방향을 고수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