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일제히 2조원 대 수익…서민 울리는 막대한 ‘이자 수익’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가계대출 증가로 울상인 서민들을 등지고 한쪽에서는 ‘역대급’ 실적으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씁쓸한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29일 은행 공시 자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이 올 상반기 ‘이자 장사’로 거둔 이익이 10조 원대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의 상반기 이자 이익은 모두 10조758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교했을 때 11.3%(1조950억 원)나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4대 은행의 이자 이익이 10조 원을 웃돈 것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한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내면서 대규모 보너스를 통해 4대 시중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올해 1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이 2조9675억 원으로 가장 많은 이자 이익을 올렸다. 이어 신한은행 2조7137억 원, 하나은행 2조5825억 원, 우리은행 2조4946억 원 순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신한은행이 3323억 원(14.0%)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자 부문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둔 덕분에 은행은 상반기에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당기순이익이 국민은행 1조3533억 원, 신한은행 1조2718억 원, 우리은행 1조2369억 원, 하나은행 1조1933억 원으로 모두 1조 원을 넘어섰다.

은행들은 영업을 잘해 좋은 실적을 냈다고 하지만 ‘과도한 이자장사’를 통한 실적 잔치가 바람직한 것인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당포 영업’ ‘서민 등골대출’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은행들의 전체 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다. 대출이율을 올리는 방식으로 손쉽게 영업이익을 늘리고 이를 임직원들이 나눠 갖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언론들은 “은행들 실적잔치는 ‘나쁜 영업’의 결과다. 대부분 이익이 대출금리는 높이고 수신금리는 낮추는 이자장사를 통해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대출의 질도 좋지 않다. 국내 은행의 기업상대 대출은 외환위기 직후 전체 대출의 3분의 2를 차지했으나 이제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것도 신용이 아닌 담보대출을 늘리고 있다. 물건을 잡고 돈을 빌려주는 ‘전당포 영업’을 하고 있다”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자이익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사회공헌에는 인색하다는 지적도 있다. 은행들은 지난 3년간 총 18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리면서 구조조정이나 경영합리화라는 명목으로 직원을 줄였다. 막대한 이자로 서민들을 울리고 사회공헌과 일자리 창출 모두 외면하고 있다.

은행을 향한 세간의 비난을 의식한 듯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은행의 수익이 은행권 내에서만 향유되는 게 아니냐는 사회적인 비판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은행이 적극적으로 사회공헌에 임하는 게 은행의 이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하반기에 대출금리 모범 규준을 개선해 불합리한 가산금리 운용을 손볼 계획임을 밝혔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기준금리는 은행연합회 등이 결정하지만 가산금리는 자본비용과 업무원가, 마진 등을 감안해 은행이 자율적으로 정한다. 은행의 막대한 이자 수익을 창출하는 가산금리를 정부가 손보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에 앞서 은행들은 자발적으로 가산금리를 낮출 필요가 있다. 경제가 어렵다고 다들 아우성인데 은행은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것처럼 호황을 누리는 건 결코 정상일 수 없다. 가계 부채가 1400조원으로 불어난 데는 ‘묻지마 대출’에 나선 은행들도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금융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역대급 수익에 심취해 ‘보너스 잔치’를 벌이는 것은 서민들을 두 번 울리는 일”이라며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부담을 나눠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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