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선박-상지해운 연결고리 의혹
GS칼텍스 100% 내부거래 '상지해운'…전량 '수의계약'

GS칼텍스의 자회사 상지해운의 선박 / 사진 = 상지해운

[월요신문=김덕호 기자] GS칼텍스가 커넥션 의혹이 있는 남해선박의 이용을 줄이는 등 '선박 예인업' 업무와 관련된 입장에 변화를 줬다. 다만 이번 입장변화는 여수지역 '예인선 비대위'와의 타협일 뿐 내부거래·비자금 조성 등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31일 여수지역 예인선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지난 27일 예인선 비대위와 만나 일감을 특정업체인 '남해선박'에 몰아주지 않는 등의 내용을 논하는 자리를 가졌다.

대화에서 GS칼텍스 측은 "남해선박은 GS칼텍스와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GS칼텍스는 예선배정 업무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지역의 중소 예선업체들의 공정하고 안정적 발전을 위해 ▲선박의 크기에 따라 회사 기준에 부합하는 예인선을 소유한 모든 업체 이용 ▲선박의 입·출항에 특정 업체의 예인선을 1척 이상 배정하지 않는 것 등을 담은 타협안을 내놨다.

또 이를 통해 '지역발전과 상생에 도움이 되는 회사가 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 '예인선'비대위 달랬지만…경찰 수사는 '진행 중'

GS칼텍스와 예인선 비대위와의 갈등은 GS칼텍스가 예인선 업체에 일감을 나누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해경의 수사는 이와 별도로 진행된다. 사건의 수사가 비대위의 고발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해경 자체적으로 진행되는 사건이어서다.

지난 24일 본지가 다룬 대로 현재 해당 사건은 해양경찰청 본청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건의 의혹 자체가 27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만들어진 데다 수사 대상이 대기업인 점, 그리고 업체간 결착 및 인적관계가 깊은 점 등을 감안할 때 지역 경찰로서는 다루기 어려울 수 있다.

지역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세종시 본청에서 투입된 해경 관계자들은 ▲GS칼텍스의 예인업무 일감 몰아주기 ▲타사 대비 값비싼 예인료를 GS칼텍스가 받아들인 점 등에 집중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진행 중인 일감몰아주기 및 대기업 특혜와 관련된 수사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해경은 이와 관련해 "수사 중인 사건이기에 세부적인 내용을 밝힐 순 없다"며 "GS칼텍스와 비대위간 합의와 별개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답했다. 이어 "현재 해당 사건의 진행이 급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GS칼텍스·남해선박 결탁 의혹 뚜렷…회사측은 답변 거부

해당 의혹에 대해 GS칼텍스측은 "남해선박은 GS칼텍스와 무관한 회사"라는 입장이다. 실제로도 남해선박은 서류상으로는 GS칼텍스와 무관했다.

그러나 남해선박의 고륜 대표이사는 물론 역대 대표이사들 이력은 대부분 범 GS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선박의 정류지가 GS칼텍스 부지에 있고, 매출의 100%를 GS칼텍스 물량에 의지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전임자인 박문영 사장(GS물류 출신), 인원식 사장(범 LG가)을 비롯해 현재 남해선박 대표를 맏고 있는 고륜 대표 모두가 GS칼텍스와 연관되어 있는 인물이다.

특히 고륜 대표이사는 예인선 일감몰아주기 사건과 시기적으로 연관성을 갖고 있다. 남해선박과 거래하는 선사인 '상지해운'의 전무 출신인데다 현재 출하되는 정유·화학제품 대부분이 상지해운을 통해 이동하고 있어서다.

남해선박은 씨케이해운과 그랑블루가 각각 50%의 지분을 갖고 합작사 형태로 운영되던 업체였다. 심각한 경영부진에 빠지면서 위기에 처했다가 2015년 고륜 남해선박 대표이사가 개인 최대 주주로 참여하면서 실적이 상승곡선을 그렸다. 영업이익도 2014년 4248만원 손실에서 2015년 6억4237만원 이익으로 급등했다.

상지해운은 수상 운송지원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GS칼텍스가 지분의 100%를 갖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154억4900만원 모두 GS칼텍스 물량에서 나왔다. 즉 100% 내부거래로 성장한 회사로 GS칼텍스와의 수의계약을 통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경영진으로는 김태영 대표이사가 사내이사를, 장혁수 GS칼텍스 제품트레이딩 부문장이 기타비상무이사, 김용찬 GS칼텍스 감사실장이 감사를 맡고 있다.

상지해운과 남해선박 간 연결고리에 고륜 대표이사가 있고, 남해선박은 타 예인선사 대비 100~200만원 높은 금액의 예인선 운용 비용을 GS칼텍스에 청구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법령상 GS칼텍스는 예인선 선정 업무를 할 수 없지만 예인선 업무가 특정회사에 몰리는 상황이 발생했던건 사실"이라며 "특정 물량을 독점한 업체의 요구나 압력없이 일감 몰아주기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매번 청구된 비정상적인 예인비용에 대해 비리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남해선박 선박 배정표. 남해선박이 독접하던 예선배정업무에 1척만이 등록됐다. / 사진 = 여수 예인업 관계자

◆ 뚝 끊긴 '남해선박' 일감…'커넥션 없다'는 GS칼텍스 주장에 의문

지난 24일 강정범 GS칼텍스 대외협력부문 상무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남해선박·광운선박과 GS칼텍스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고, 특수관계인 업체가 아니다"고 본지와 통한 바 있다. 또 이와 관련한 질문에 "아는 바 없다"며 상세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7년간 GS칼텍스의 일감이 대부분 남해선박에 주어졌던 것, 그리고 일감몰아주기 의혹 제기와 해경의 수사 시점에 맞춰 GS칼텍스가 남해선박과의 독점적 거래를 끊은 것 등은 많은 의혹을 남긴다.

실제 GS칼텍스가 입장을 밝힌 지난 30일 이후 남해선박의 GS칼텍스 관련 일감은 최대 1/6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1개의 대형 유조선에 투입되는 예인선의 수는 3~6척 수준인데 이에 GS칼텍스의 경우 최소 2~4척 정도의 예인선을 남해선박에 배정해 왔다. 그러나 30일부터 남해선박의 선박은 유조선 1척당 예인선 1척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지역 관계자는 "30일~31일 2일간 투입된 남해선박의 예인선이 기존 할당량 대비 40%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며 "대기업의 정책에 따라 예인선 일감 몰아주기가 줄어드는 등 수혜와 피해 업체가 명확히 나뉘는 상황이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는 남해선박과 관련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남해선박이 GS칼텍스의 관계법인 혹은 특수관계인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양사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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