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 나주 본사 사옥./사진 = 뉴시스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김종갑號가 출범 4개월 만에 대형 암초를 만났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수주가 확실시됐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인 것.  탈원전과 해외 원전 수출 장려라는 문재인 정부의 투트랙 전략에도 제동이 걸린 셈이다.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사업은 영국 북서부 무어사이드에 원전 3기(3.8GW 규모)를 짓는 프로젝트다. 사업비만 21조원 수준으로 일본 도시바가 100% 지분을 보유한 특수목적법인(SPC) 뉴젠이 사업권을 갖고 있다.

한국전력이 포함된 컨소시엄은 도시바가 보유한 뉴젠 지분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지난해부터 영국 정부, 도시바와 인수 조건을 협의 중이다.

당초에는 올 상반기 내로 인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영국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관리 등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대책 마련 등을 트집 잡으면서 인수가 지연돼 왔다.

결국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서는 도시바가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을 한국전력 외 다른 구매자에게 매각하는 것을 고려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도시바측의 압박으로 풀이된다. 보도에 따르면 도시바측 대변인은 한전이 무어사이드 원전사업자인 누젠 인수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더는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사우디 원전 수주도 불확실해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마저 놓치게 되면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역시 압박을 받게 된다. 결국 탈원전 정책이 원전 수출에 지장을 줄 것이란 우려만 증명한 꼴이되기 때문이다.

해외 원전 수출이란 난제를 풀어낼 적임자로 한전 사장으로 선임된 김종갑 사장 역시 부담이다. 무어사이드 원전은 김종갑 사장에게도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시험대와 같다. 실적 부진에 빠진 한전을 살려낼 '한 수'를 놓치는 것이기도 해서다. 

무어사이드 프로젝트 이익이 한전의 지분법으로 잡히면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한전의 부진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실적에 의미있는 기여를 하려면 빨라야 2030년에나 가능하겠지만, 한전 자회사인 한전기술의 경우 무어사이드 설계 매출이 발생해 매출 감소를 상쇄할 가능성이 높았다.

여기에 영국 일간 가디언은 무어사이드 계약 불발 가능성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 출범과 김종갑 사장 임명 등으로 불확실성이 생겼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도시바가 계약 지연으로 한전의 우선협상권을 박탈한다는 내용과 관련해 한전 관계자는 "현재 도시바측에 진위를 확인 중"이라며 "우선협상자 지위를 박탈당할만한 일은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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