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맥주에 기 꺾인 국산맥주, 대응책으로 발포주 시장 '기웃'

사진=유수정 기자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말 많던 ‘맥주 종량세’ 체계 도입이 결국 무산됐다. 이에 따라 많은 소비자들이 걱정하던 수입 맥주 ‘4캔에 1만원’ 공식은 계속해서 지속될 전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0일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가 심의·의결한 2018년 세법개정안에 맥주 과세체계 개선안은 담기지 않았다.

이는 앞서 국세청이 건의한 맥주 종량세 전환안에 대한 것으로, 보다 자세하게는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한 우리나라 맥주의 과세체계를 부피나 용량을 기준으로 한 종량세로 개편하는 방안이다.

현재 국내에서 제조된 술의 경우 종가세 체계로 세금이 매겨진다. 국내 제조원가에 국내 이윤과 판매 관리비(광고, 선전비, 판촉비 등)를 더한 출고가 기준으로 72%의 세율을 적용해 과세하는 것.

그러나 수입 주류의 경우 관세를 포함한 수입신고가격을 기준으로 72%의 세율을 과세하고 있다. 수입신고가격이란 국내 이윤·판매관리비가 제외된 금액이다.

이 때문에 그간 국산 맥주가 수입 맥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세금을 내고 있어 과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던 상황.

이에 따라 국산 맥주의 역차별을 막기 위해 과세 체계를 알코올 함량이나 술의 부피·용량을 기준으로 매기는 종량세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됐던 바 있다.

이 같은 결정에 그간 일관된 입장을 발표하며 종량세 변경을 적극 찬성하던 한국수제맥주협회는 3차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국내맥주산업의 ‘골든타임’을 넘겼다”고 지적하며 차주 중으로 임시총회를 개최해 추후 계획 및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협회 측은 “세계 각국은 자국 산업의 보호와 부흥을 위해 각종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국내 맥주산업은 정부의 보호를 받기는커녕 불합리하고 공정하지 않은 주세법으로 인해 산업의 발전이 저해되고 나아가 생존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2014년과 2018년 주세법 개정을 통해 수제맥주산업의 성장이 탄력을 받는 상황에서 비합리적이고 공정하지 못한 주세법과 정부의 늑장대처에 발목이 잡혀 또다시 하락세를 걷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며 “공정하게 경쟁할 수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인해 어느 한 축이 무너진다면 국내맥주산업 자체의 균형이 무너지고, 이는 궁극적으로 국내 맥주산업이 붕괴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간 종량세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을 기대하던 국내 맥주업계 역시 이번 결정에 대해 아쉬움이 가득한 모양새다. 수제맥주협회와 달리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등의 적극적인 입장 표명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내심 기대했던 종량세 도입이 물거품이 됨에 따라 또 다른 돌파구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일본의 경우 자국 주세법에 따라 발포주 시장이 활성화된 상황이다. 맥아함량 비율이 50% 이상일 경우에는 110엔의 세금을 매기지만, 맥아함량 비율을 50~25%, 25%미만까지 낮출 경우 세금이 각각 89엔, 64엔까지 줄어드는 것.

우리나라 역시 주세법상 맥아함량 비율이 10% 이상일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에 매기는 세금이 다르기 때문에, 국내 맥주 업체 역시 종가세 체계로 인한 수입맥주의 경쟁력을 이겨내기 위한 대응책으로 조심스럽게 발포주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가장 먼저 발포주 시장의 포문을 연 하이트진로는 맥아 함유량 10% 미만의 ‘필라이트’를 통해 출시 1년만에 2억캔 가량을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최근 새롭게 출시한 ‘필라이트 후레쉬’ 제품 역시 출시 10주만에 3000만캔의 판매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며 매출 신장을 견인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비맥주 역시 발포주 시장에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측된 상황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발포주 제품의 출시를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 확실하게 진행되고 있는 바는 없지만, 이르면 올 연말 혹은 내년 초 가량으로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종가세 방식으로 맥주 주세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칠레, 멕시코 단 3개국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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