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비중 여전히 높아…‘고용창출’ 아쉬움

증시 호황 속에도 증권사 직원 감축이 이어지자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을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지난해 증시 호황으로 증권사들의 실적이 많이 올랐지만 증권사 임직원 수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의 인력 감축이 두드러졌는데 대형 증권사가 자본 규모 확대로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수익원을 빼앗아 가자 중소형 증권사들이 비용 감축을 위해 인력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증권업계 임직원 수는 3만5694명으로 2016년 말 3만8432명에 비해 7.1% 감소했다. 증권업 임직원수는 꾸준히 감소세다. 2013년 4만1222명이었던 직원 수는 2014년 3만7026명으로 줄었고 2015년 3만6096명, 2016년 3만5920명, 2017년 3만5694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는 증시가 이례적인 기록들을 세우며 증권사들의 호실적을 이끌었다. 박스피를 탈출한 코스피지수는 2500선을 넘었고 코스닥지수도 정부의 활성화 정책 기대감에 힘입어 장중 8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덩달아 증권사 실적도 좋았다. 증권사들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9312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62.1% 증가했다.

업계는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증시가 호황을 기록했음에도 직원 감축이 이어지자 고용창출이 부족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하반기는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삼성증권 같은 대형사들이 채용 규모를 소폭 늘렸고, NH투자증권도 3년 만에 신입사원 채용에 나서는 등 증권사들의 채용이 이어졌다. 하지만 전체 채용규모가 수 백 명에 불과해 고용 창출효과는 미비했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생색내기’ 채용에 나섰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간 증권업계는 IT·모바일 등 온라인 거래 확산과 증권업 수익 부진으로 인한 지점 축소, 증권사간 M&A로 인한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인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증권업의 특성상 성과연봉제에 따른 고임금 비정규직 등 계약직이 많고 상시 이동이 많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일자리 창출 역행’ 행보는 은행, 보험 등 타 금융업종과 달리 유독 비정규직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업계 특성상 고액 전문 계약직의 비중이 높다고 하지만 고액 계약직 외에도 단기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는 사례가 여전하다”며 “증권사들이 비정규직을 비용절감, 고용 유연성 제고에 활용하고 있는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높은 실적을 기록하면서도 사회적 책임은 뒤로한 채 인건비 감축으로 이익 극대화만 추구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이 비정규직 위주로 영업을 할 경우 위험투자 권유 등으로 소비자 이익과 산업의 공공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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