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유수정 기자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어머, 요즘은 저게 대세구나? 그럼 또 한 번 사봐야지!”

분명 TV 건강프로그램을 시청하던 기자의 어머니는 순식간에 홈쇼핑 채널 몇군데를 돌리더니 아니나 다를까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방송에서 소개한 건강(보조·기능)식품의 결제를 또 다시 완료했다.

“이거봐! 분명 방송나오면 홈쇼핑에서 다 판다니까? 내말이 맞지?”

그렇게 집에 쌓여가는 제품만 해도 수십여가지. 다이어트에 도움을 준다는 레몬밤과 보이차를 비롯해 건강에 좋다는 사차인치와 카카오닙스, 여기에 깔라만시, 노니, 모링가는 물론 아사이베리와 히비스커스, 아로니아까지. 그렇게 TV 방송을 통해 효능을 접한 뒤 홈쇼핑으로 구매한 제품의 종류는 기자가 기억나는 대로만 열거하려 하더라도 벅찰 정도다.

비단 이 같은 사례는 기자의 집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터. 주부들이 주로 시청하는 TV 건강프로그램을 통해 효능 및 장점이 소개된 식품은 같은 시간대, 혹은 프로그램이 끝난 직후 홈쇼핑에서 바로 판매되는 것은 물론 ‘완판 행렬’, ‘최다 판매’를 기록하며 이슈로 자리할 정도라는 것은 TV 건강프로그램 애청자와 홈쇼핑 소비자라면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알면서도 속고, 그러면서도 또 다시 주문을 하게 되는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한 이 같은 판매 방식은 사실 하루 이틀 반복됐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만 이를 뒤늦게 알고 부랴부랴 조치에 나선 눈치다.

지난 1일 방통위는 종합편성채널의 건강정보 프로그램과 TV홈쇼핑 방송이 동일 상품을 인접 시간대에 편성하는 연계편성이 시청자 피해를 유발하지 않도록 지상파 및 종편의 건강정보 프로그램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협찬고지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선적으로 해당 방송프로그램이 (식품 판매)업체 측의 협찬을 받아 제작됐다는 사실을 시청자들이 정확히 알 수 있도록 협찬주명 고지를 의무화하는 등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종편과 TV홈쇼핑의 연계편성행위와 관련해 미디어렙이 프로그램 기획, 제작, 편성에 영향을 미치는 등 미디어렙법 위반 정황이 있을 경우에는 엄중 조사해 제재 조치하기로 했다.

아울러 연계편성으로 인한 시청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협의해 지상파·종편의 건강정보 프로그램의 방송심의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행법에는 연계편성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특히나 해당 연계편성들은 종편과 홈쇼핑 업체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짜맞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결론적으로 종편에서 (건강) 식품에 대한 효능을 우선적으로 방송한 뒤 홈쇼핑에서 이를 연달아 판매한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최근 건강기능성식품 제조 및 유통업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기자의 지인은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TV 프로그램의 협찬(PPL)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대행사를 통해 홈쇼핑 편성까지 제안받았는데, 금액 대비 효과가 어떨 것 같냐는 것이 대화의 주된 골자로 자리했던 기억이 난다.

정보전달을 가장한 TV 프로그램의 협찬방송 후 홈쇼핑을 통해 판매하는 이 같은 방식은 법안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어떠한 방법으로든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판매업자의 홍보에 현혹되기 싫다면 소비자 스스로가 더욱 똑똑해져야 하는 방법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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