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분쟁 장기화 될 경우 ‘초대형 경제 위기’ 경고

경제부 고병훈 기자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미·중 무역전쟁의 판이 커지고 있다. 무역전쟁의 경과와 결과에 대해 전 세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G2(미국과 중국)의 통상갈등이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한국 경제에 울리는 경고음도 높아지고 있다.

정작 무역전쟁 당사자보다 한국 경제에 타격이 가장 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중 무역분쟁이 단기간에 종식되면 한국이 입을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중국이 타격을 입거나, 보호무역주의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초대형 경제위기’가 올 수도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간 무역전쟁에 피해를 볼 수 있는 국가군으로 한국을 포함해 대만, 헝가리, 체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아일랜드 등을 꼽았다. 이들 국가는 원자재나 부품을 수입해 제품을 수출하는 글로벌 ‘공급 사슬’에 깊숙이 연계돼 있어 무역전쟁이 격화되면 수입 비용은 올라가고 수출이 타격을 받게된다는 것이다.

지난 7월 미국은 340억 달러어치 중국 수출품에 대해 25% 추가관세를 부과했고, 중국도 같은 방식의 보복조치를 같은 시각 발동했다. 말 그대로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대응이었다. 중국의 보복에 체면을 구긴 트럼프 대통령은 2000억 달러 수출품에 대해 10% 추가 무역제재를 발표했다. 이제 중국의 대미국 수출 총액의 절반 정도가 무역제재의 대상이 됐고, 세계경제는 중국의 대응조치를 지켜보고 있다.

중국 통상당국과 관변 단체에서는 미국으로부터 당한 것만큼 되돌려줘야 하고,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오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에 대한 미국 내의 반발을 무시하기 어려운 반면, 임기제한 없는 ‘1인 체제’를 굳힌 중국 시진핑 주석은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으며 오히려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정립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무역 분쟁을 넘어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대국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이번 갈등은 한국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미 경제 곳곳에서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이 바라는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는 미·중 무역전쟁이 통상갈등 수준의 단기전으로 끝나는 것이다. 이 경우 한국의 피해는 최소화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 가운데 중간재 비중은 78.9%다. 이 가운데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우회 수출되는 중간재는 5% 정도에 그친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추가 관세를 부과해도 한국이 직접 입는 피해는 크지 않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단기전으로 끝난다면 ‘종전 시점’이 미국의 중간선거가 치러지는 오는 11월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단기전이 아니라 장기전으로 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한국 경제에 상처를 내게 된다.

무역전쟁이 장기화 될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중국산 제품이 세계시장에서 가격경쟁력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중국이 입는 타격은 예상보다 클 수 있다.

중국의 위기는 곧 한국에게도 위기를 의미한다. 한국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 1을 넘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0% 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1.6% 포인트, 경제성장률은 0.5%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관측한다.

직접적 영향만 고려할 수도 없다. 한 국가 내 경제 산업 시스템이 수출 부문과 내수 부문으로 완전히 분리될 수는 없다. 수출 산업이 타격을 입으면 내수 산업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특히 중국처럼 공업화가 빠르게 진전중인 개도국의 경우 수출의 위축은 곧 경제 전체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경제가 이번 무역전쟁으로 위기에 빠진다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 경로를 통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중투자는 2002~2017년 총 해외투자의 40%에 달하고 있다.

높은 대중국 의존도를 감안하면 노출된 위험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중국경제의 위기는 이 투자 경로와 수출 경로를 통해 결국은 한국경제의 위기로 전염될 수밖에 없다.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를 높여왔던 우리의 전략은 이제는 양날의 검이 되어 우리를 향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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