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43년 만에 준조합원 비과세 혜택 축소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병훈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수협, 농협 등 상호금융의 준조합원이 예탁금과 출자금으로 받은 이자·배당소득에 대해 저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농협과 수협의 준조합원에게 주어지는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면 농협·수협상호금융에 예치된 48조원 중 일부가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두 상호금융이 정부의 방침에 ‘직격탄’을 맞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1976년부터 43년간 유지해온 상호금융권 준조합원의 비과세 혜택을 없애는 방향으로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30일 내놓은 2018년 세법 개정안을 보면 농협, 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의 예탁금, 출자금에 대한 이자·배당소득 비과세가 조합원과 회원에 한해서만 3년 연장된다. 감면한도는 예탁금 3000만원, 출자금 1000만원까지다. 준조합원은 내년 5%, 2020년 이후에는 9% 분리 과세된다.

비과세 예탁금 제도는 지난 1976년부터 농협, 수협, 산림조합,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기관에서 만 20살 이상의 조합원 및 준조합원을 대상으로 시행한 서민금융저축 상품이다. 취급기관 합산으로 1인당 예탁금 3000만원, 출자금 1000만원 한도에서 이자·배당소득세 14%를 면제해주고 있다.

정부가 43년 만에 상호금융사 비과세를 손보기로 한 것은 다른 금융기관과의 공정경쟁 등의 필요성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호금융에 대한 다른 조세지원까지 감안하면 다른 금융기관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또 일부 준조합원의 경우 고소득층임에도 불구하고 상호금융을 통해 과도한 세제혜택을 받고 있고, 농어민과 상호금융에 대한 중복적인 조세지원을 고려하면 비과세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농협·수협상호금융은 정부 방침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농·수협이 가장 우려하는 건 비과세가 사라질 경우 대규모 자금 및 고객 이탈을 초래하는 문제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농협(42조4700억원)·수협(5조3558억원)·산림조합(1조463억원) 준조합원의 예탁금은 총 48조8721억원에 달한다.

지역 단위농협 관계자는 “아무리 부분과세를 한다고 해도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면 고객이 빠져 나갈 수 밖에 없다”며 “준조합원 예금을 통해 각종 농민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면 결국 지역기반까지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준조합원에 대해 과세로 전환 돼도 5~9% 분리과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상호금융 경영여건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농어민과 상호금융에 대한 여러 조세지원제도가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법개정안은 이달 말 국회에 제출해 통과되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