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침 없이 업체별 방안마련 분주
"구체적 지침 없이 처벌만"

폭염 속 작업현장 / 사진 = 뉴시스

[월요신문=김덕호 기자] 지난 1일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어서는 등 유례없는 폭염이 계속되자 정부는 "폭염이 심한 낮 시간대에는 공공발주 건설공사를 일시 중단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한 조치지만, 갑작스럽고 일방적으로 결정되면서 건설사들은 황당한 모습이다. 정부가 현실적 지침 없이 건설사 처벌을 통해 재난을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 이후 건설현장 폭염 피해 예방안을 담은 '공공계약 업무처리지침'과 '자치단체 계약집행 운영요령'을 각각 산하기관에 전달했다.

지침의 내용은 각 건설사들이 폭염으로인해 작업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공사 현장의 '공사 일시정지'와 '건설사의 공기 지연'을 인정하는 방안이 담겼다. 또 이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더라도 지체금을 물리지 않도록 했다.

다만 정부의 이번 지침은 정부에서 발주한 '공공발주 건설공사'현장에만 적용된다. 일반 건설현장은 관련 지침이 적용되지 않는다.

◆ 건설사, 대비 마련 분주…휴식 늘리고 근무시간 변경

정부의 지침이 없지만 대우건설,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삼성물산, GS건설, 쌍용건설, 대림산업 등 주요 건설사들은 각 사별로 자체 가이드 라인을 만들었다.

현대건설과 엔지니어링은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일 경우 매 시간당 15분의 휴식시간을 갖도록 했다. 또 35도 이상의 폭염경보가 발령되면 1시~3시까지 매 시간당 30분의 휴식을 추가로 권고한다.

대우건설도 외부 온도가 33도 이상일 경우 야외작업을 지양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폭염이 지속될 경우 2시부터 5시까지 중점 휴식시간이 주어지고, 오후 1시부터 3시까지는 야외작업을 금지하는 방안을 시행한다. 폭염 특보가 내려지면 40분근무 후 20분의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GS건설은 작업 종류에 따라 위험도를 나눴다. 작업 연속성이 필요한 업무를 중심으로 고위험, 위험, 일반 등으로 분류해 폭염주의보 및 폭염경보 발령 시 의무적으로 시간당 10~20분의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폭염 특보(폭염주의보 및 폭염경보) 발령시 1시간 주기로 15분 이상 휴식을 전 현장에 적용하도록 했다. 또 일부 사업장에서는 보건관리자가 방문해 오후 2~3시 사이 근로자들의 체온을 측정해 온열질환에 대비한다.

쌍용건설은 폭염이 예상되면 조기출근 또는 야간작업을 통해 피해를 예방한다. 일 최고기온이 33도가 넘을 경우 오후1시~3시까지 매 시간당 15분의 휴식시간이 주어지고, 폭염경보가 발령되면 매 시간당 20분의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대림산업은 오후에 1시간의 휴식을 시행한다. 또 폭염경보시 1시~3시까지 작업을 중지시킨다.

다만 건설사들의 이같은 지침에 대해 근로자들은 건설사가 산업재해로 인해 받는 불이익을 피하기 위한 것일 뿐 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망사고 발생시 주어지는 현장 작업 중단, 건설사 불이익 등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지켜야하는 안전사항인 것은 맞지만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건설사 징계를 통해 안전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 잦은 휴식에 능률↓…추가 근무 불가피

업체들이 대응에도 불구하고 이번 더위로 인해 건설현장의 작업 능률은 적게는 20%, 많게는40%정도 낮아졌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또 폭염시 주어지는 휴식시간을 늘리고, 주 52시간을 지켜가며 공기를 맞춰야 하는 삼중고도 맞았다. 불가항력으로 발생한 일이지만 폭염을 재해로 보는 것에는 발주사와 시공사 간 시각 차이가 있다. 재해로 인정되지 않을 경우 공기 연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체금이 만만치 않다.

이에 대부분의 건설 현장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에서 벗어난 근로형태가 벌어지고 있다. 

휴식시간 만큼의 근무시간을 업무 외 시간으로 연장하거나 출근시간을 앞당기는 등 52시간 근무제 이전의 방식이 이어지고 있는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휴식시간을 노동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근로자측과 휴식시간과 근로시간은 별개로 봐야한다는 업체의 시각차이가 있다"며 "같은 현장 내에도 다양한 직군이 있고, 보다 높은 일당을 얻기 위해 더 긴 근무시간이 주어지길 바라는 근로자와 그렇지 않은 노동자가 혼재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의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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